"구제역 정부대응 미흡"... 여야 한목소리 질타

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 담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농식품위 통과... 예방 백신 접종키로

등록 2010.12.22 19:18수정 2010.12.2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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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청양에 있는 충남측산기술연구소에서 키우고 있는 어미돼지에서 구제역 감염이 확인돼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충남 한 농가에서 사육중인 한우
충남 청양에 있는 충남측산기술연구소에서 키우고 있는 어미돼지에서 구제역 감염이 확인돼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충남 한 농가에서 사육중인 한우 심규상
충남 청양에 있는 충남측산기술연구소에서 키우고 있는 어미돼지에서 구제역 감염이 확인돼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충남 한 농가에서 사육중인 한우 ⓒ 심규상

구제역의 전국적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농식품위)는 22일 전체회의를 비상소집했다. 회의 자리에서 여야 모두 구제역 발생 이후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흡했음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확산 방지"라며 "구제역이 통제 불능 상황으로 번져 가는데 방역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의원은 "살처분에 들어가는 비용의 전체를 지자체가 부담하고, 소독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지자체는 강한 압박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수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이 시급하게 이뤄져 이를 통해 방역의 전국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구제역 위기경보는 현재 경계 단계인데, 지금 구제역은 수도권 턱 밑까지 올라왔다"며 "심각 단계로의 격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난 번 구제역 발생 때에도 대규모 살처분 이후 소비량이 최대 15% 가량 감소했다"며 "구제역은 50도 이상에서 끓이면 인체에 안전하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기 농식품위 위원장도 "국민들은 구제역이 인체에 감염되면 어떻게 하나, 고기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불안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체계 미흡, 23일 신고 들어왔는데 29일에야 구제역 판정"

 

같은 당 김영록 의원은 "2002년 이후 구제역 발생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서 세 번째 발생했다"며 "방역 체계가 미흡하다, 안동에서 23일에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왔는데 26일 가축위생시험소에서 간이 검사를 했을 때에는 음성으로 나왔고 29일에서야 구제역 발생 판정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가축위생시험소에서 수의과학검역원에 신고를 하지 않은 점이 미흡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과 같은 맥락에서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한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은 "경북 가축위생시험소에서 이틀 동안 깔아뭉개고 있었다는 핑계를 대며 농림수산식품부는 모르는 일이라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미흡했다'로 끝내지 말고 '대책'을 만들라는 것이다.

 

다른 의원들의 질문에 술술 답변하던 장관도 "대책을 세우겠다"며 마른 입을 다셨다.

 

여 의원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월 포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을 지침을 마련했는데 이번에 전혀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담당 공무원들에게 이 지침이 전혀 숙지가 안 되었다는 게 농민들의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속에 함양군 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88고속도로 요금소에 방제시설을 갖추었다.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속에 함양군 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88고속도로 요금소에 방제시설을 갖추었다.함양군청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속에 함양군 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88고속도로 요금소에 방제시설을 갖추었다. ⓒ 함양군청

정부 방역 대책의 '구멍'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사료차량이나 수의사 검역은 이뤄지고 있지만 톱밥차와 축분 실어나르는 차량은 제대로 방역이 되지 않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 역시 "기가 막히다"며 입을 뗐다. 류 의원은 "사료 차량, 가축 운반 차량에 의해 구제역이 전파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점을 장관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이 "구제역의 잠복기가 2주 정도여서 정부가 방역조치를 하기 전에 이동한 차량에 의한 전파"라고 설명하자 류 의원은 "차량에 대한 방역은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에도 기초적으로 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그동안 정부는 뭘 했냐"고 몰아붙였다. "철저히 방역하라"는 류 의원의 일침에 유 장관은 "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백신 접종 이견..."지금 접종해야" VS "백신은 불가피한 상황에만"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 대책 마련 촉구에 같은 입장을 견지한 의원들은 그러나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구제역 백신을 가축 10만 마리에 처방할 경우 6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사육 규모를 감안하면 1000억 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백신 접종은 2000년 딱 한 번 사용했을 만큼 최후의 처방으로, 예방접종을 중단한 뒤 1년이 지나야 구제역 청정국 지위가 회복된다. 이러한 점에서 구제역의 전국 확산을 우려하는 의견과 백신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은 "구제역이 전국화되고 있는데, 백신 접종을 해야 하지 않냐"고 제안했다. 반면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백신은 아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안 하는 게 맞다"며 ""백신접종은 우리나라가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국 축산농가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은 "유럽연합(EU)이 시행하고 있는 백신 접종 결과, 구제역이 종료됐다고 확신될 때 백신 접종한 가축을 살처분하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유 장관은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라며 "구제역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한 최소한의 링 백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원들의 분분한 의견을 모은 유 장관은 오후에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회의에서 소와 돼지 등에 예방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내렸다. 청정지역으로 꼽힌 강원 지역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됨에 따라 구제역이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구제역 확산 방지 대책 등을 담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법안은 해외 가축 전염병 발생 상황을 정부가 축산 농가에 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가축 소유자 등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전염병 발생 국가를 여행하고 귀국할 때 방역 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 하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0.12.22 19:18ⓒ 2010 OhmyNews
#구제역 #초동 대응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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