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반찬 오는 시간을 알려주고, 매번 같은 시간에 배달이 와서 개미 좀 안 꼬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어떤 아이들은 "어차피 먹지도 않는데 안 와도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도군에서 운영하는 '밑반찬 배달서비스'는 학기 중에는 토요일과 일요일, 방학 중에는 매일 지원되도록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원칙대로 한다면 결식아동 한 명당 학기 중에는 주말 이틀간 3000원씩, 방학에는 매일 3000원 상당의 밑반찬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결식아동은 어떤 반찬 서비스를 받았을까. 2010년 여름방학 기간 동안 결식아동들에게는 종종 3분 카레, 참치캔, 꽁치 통조림 등 가공식품이 배달됐다. 심지어는 라면과 계란 한 판이 조리되지 않은 채 배달된 적도 있다.
진도군에서 A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인사는 "군에서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아이들에게 부실한 반찬을 주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밑반찬 배달서비스'를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는 자활센터 담당자는 "올해 식재료 인상 폭이 컸기 때문에 단가를 맞추려고 한 부분은 있지만, 정성껏 밑반찬을 만들어서 배달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건비, 재료비까지 따로 군에서 지원받고) 영양사까지 두고 운영하는 곳에서 가공식품, 라면 등을 아이들에게 보내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담당자는 "매일 반찬을 먹을 수 없고, 아이들이 라면과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답했다.
진도군청 '밑반찬 배달서비스' 담당공무원은 "해당업체를 꾸준히 관리 감독했지만, 문제된 적은 없었다"며 "앞으로도 관리, 감독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밑반찬 배달서비스에 2008년에는 1억6600만 원, 2009년에는 2억3500억 원, 2010년에는 2억4705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결식아동급식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진도군은 지자체 예산으로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식재료비와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했을 때, 결식아동 급식지원금은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지금도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지원받고 있는 결식아동의 밑반찬 질은 더욱 떨어질 우려가 크다.
남세동 전남 지역아동센터 지부장은 "방학 동안 밑반찬 배달을 해주는 진도와 달리 같은 전남 해남군은 결식아동들을 방학 동안 굶기지 않기 위해 공부방에 급식지원금과 인력을 지원한다"며 "2011년 예산에서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예산이 삭감되어, 굶는 아이들이 늘어나거나, 급식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1일 기자와 만난 진도군청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복지예산과 같이 마땅히 써야할 곳에 예산을 많이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도군과 같이 재정자립도(11.3%)가 낮은 지자체는 예산이 늘어야 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지자체에서 결식아동들에게 밑반찬을 배달하는 건 아니다. 2009년 4월 전국의 지자체 및 교육청에서 실시한 '결식아동 급식전달방법'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결식아동 급식 전달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유형별로 보면 식권 배부 41%, 주․부식 배달 24%, 지역아동센터를 통한 지원 13%, 식품권 및 도시락 배달이 2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는 돈 펑펑 쓰면서...2011년은 결식아동 배고픈 해"
지자체별로 상이하지만 지원 예산은 결식아동 1인당 3000원부터 최대 5000원까지 차이가 난다.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 밑반찬이 배달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로 주로 농․어촌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밥과 국이 함께 제공되는 일반 도시락은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주로 지급되었고, 읍․면 단위에는 반찬이 주로 제공되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의 하나로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경우 위탁업체에서 음식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에 가져다주면, 지역아동센터에서 직접 아이들에게 배식을 한다"며 "아동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전라남도 곡성군 꿈나래지역아동센터의 한 관계자 역시 "학기 중 주1회, 방학 중 주3회 도시락 배달을 하며, 관리감독이 잘 이루어져 도시락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서귀포시와 경기도 포천시의 경우는 진도군과 마찬가지로 방학 중 하루에 한 끼 3000원의 예산으로 아이들에게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게재된 '여름방학 중 결식아동 도시락 제공 기관의 운영관리 실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기, 강원, 전남, 제주 지역의 137개 기관의 정보를 제공받아 연구한 결과, 응답자의 1/3 이상(38%)이 급식영양관리 기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으며, 영양사가 식단을 작성하는 비율은 34%로 보고 되어 식단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42% 가량이 적정 급식단가는 4000원 이상 4500원 미만이 적절하며, 국가 차원의 재정 및 인력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선희 전국학교급식네트워크 처장은 "결식이란 아동이 가정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로,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단순히 '끼니때우기'로 보는 것은 매우 지엽적인 시각이며, 아동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처장은 "도시락 배달 업체에 대해 예산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정부차원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받은 아이들은 2009년 45만2321명, 2010년 47만6444명이었으며,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참여연대 등 사회복지단체에서는 전국의 결식아동 수는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복지예산 삭감으로 2011년은 전국의 결식아동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배고픈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0.12.31 13:4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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