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자료사진)
유성호
-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제외하고 남북 양측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남북에 특사를 파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 초안을 준비했다. 우리 정부입장에서는 이대로 합의문이 나왔을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뻔했다.
"지금 한국의 외교는 주관주의적이다. 객관적인 현실을 봐야 하는데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교를 하고 있다. 미국과는 60여 년 동안 동맹을 맺어왔고 별 문제가 없다. 지금 중요한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한국 외교관들이 전략적 안목이 없는 건지 지도자가 그걸 원하기 때문에 그 방향만을 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러시아가 뒤통수 때린 게 뭐 있냐. 대국 외교는 원래 모호하다. 이걸 내 입장으로 해석해서 그런 거다. 뒤통수 맞은 게 아니라 외교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격훈련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우리 주권에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을 국제사회에서 풀겠다고 UN안보리에 가져간 게 우리 정부다. 그런데 한반도에 인접한, 이해관계 국가들이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주권문제이니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 두 사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불일치하는 것 아닌가. 국내 정치적으로 그렇게 표현할 수는 있지만, 외교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발언이다. 또 서해가 동북아 안보에 해당되는 지역이니 '주권' 발언이 꼭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 미국은 이번 훈련을 적극 지지했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중-러를 적극 견제했다. 미국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북정책 외주를 줬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이번 경우 미국이 해야 할 '안전관리 책임의 방기'라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를 압박해서 한반도 위기를 고조했다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한국이 위기를 고조 시키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견제하지 않았다고 탓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우리 문제를 우리가 풀어야지 미국 탓을 할 수 있겠나. 결국 우리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NLL강조로 피해보는 건 우리"- 정부나 보수층에서는 사격훈련을 하지 않으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킬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은 NLL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다. NLL은 우리 쪽에서 북방 한계선을 그어서 관할 구역이 된 경계선이지만 연평도 포격은 아예 우리 땅에 대고 공격을 한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부각시켜야 하는데 사격 훈련을 재개하고 NLL만을 문제시하면서 본질이 묻혔다. NLL과 정전협정을 동렬에 놓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연평도 공격은 군사분계선 남쪽의 우리 땅을 공격한 것과 똑같은 매우 엄중한 사건이다.
북한의 공격을 놔두면 NLL이 무력화된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했을 때 우리가 가만있었던 게 아니라 대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NLL을 지키지 못한 게 아니라 지킨 것이다.
문제는 NLL이 강조될수록 피해보는 건 우리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80%가 넘는 나라다. 통상국가로서 한반도가 안정적임을 항상 보여줘야 하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한반도가 위험지역이고 NLL이 분쟁지역임이 부각되어 북한만 유리하게 되었다. NLL을 두고 남북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상대의 논리보다 우위에 서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 일부 보수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10.4선언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합의한 것이, 사실상 NLL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참여정부에서 NLL과 관련해 북한에 양보한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북한 논리를 제압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했다. 내가 김정일 위원장이 NLL을 인정한 대목이 포함되어 있는 <김정일 위인상>이라는 책을 복사해 우리 협상단이 갖고가도록 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상을 지낸 허담이 쓴 책으로 2000년에 발행된 2판에, 84년 9월 대남 수해지원 물자를 싣고 간 북한 대동호가 백령도 맞은편 장산곶 인근에서 좌초하자 김 위원장 인민무력부에 '해주에서 출발한 장산호가 해상군사분계선을 넘기 전에 (수해물자 전달 요원들을) 장산호로 옮겨 태우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혀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치의 NLL도 북한에 양보하지 않았다. NLL을 그대로 두고 이 수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고 공동의 경제이익이 나는 평화지대로 만들어 NLL선상에서의 충돌을 근본적으로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즉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NLL을 중심으로 한 서해일원을 공동이익, 공동번영의 지대로 만들어 군사적 충돌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F15로 폭격하지 않은 이유가 교전규칙때문이라며 교전규칙을 고치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관진 현 국방장관은 자위권에 따라 위협의 원천을 제거하기 위한 폭격, 미사일 공격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태영 장관의 말이 옳다고 본다. 교전규칙이라는 것이 단호하고 강하게 대응하되 확전을 피하게 하기 위해 오래전에 만든 것다. 단호하게 때렸는데 정확성이 문제였면 정확하게 때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전폭기 등을 동원해 제 3의 방법으로 공격하면 확전될 수 있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6.15 -10.4 선언은 안정된 동북아 체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햇볕정책의 이론화에 참여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건 일면적으로 맞는 얘기고 일면적으로는 오해가 될 수 있는 얘기다. 남북관계에서의 문제는 햇볕정책 책임일 수 있다. 그러나 핵 문제는 북한문제이기도 하고, 미국과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데 최대한 노력해야 하지만 햇볕정책 하나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러려면 미국과 중국 등이 다 우리 말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햇볕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햇볕정책이 안보를 경시했다는 지적이라면 이는 잘못됐다. 햇볕정책은 안보를 전제로 대화를 통해서 한반도 평화를 증진해 나가자는 방안이다. NLL문제만 놓고봐도 수역 안정화를 위해서 북한과 대화하는 동시에 K9 자주포를 서해에 배치했다. 북한 경비정을 압도하는 400톤급 최신 고속정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참여정부 들어와서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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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연평도 사태로 키운 판돈 챙겨 '먹튀' 한국 외교는 재앙상태...주도권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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