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정상으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겨울 정취가 한껏 묻어난다.
유혜준
불암산에 얽힌 전설부터 이야기하고 둘레길을 걸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순서일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전설이라는 건 아니고, 그저 여담으로 즐기자는 것일 뿐.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던 산이었더란다. 금강산, 하면 빼어나기로 아름다운 산이 아니던가. 그런 곳에 있던 불암산은 아무리 생각해도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나 같으면 가라고 등 떠밀어도 그냥 눌러 있겠구만. 조선왕조가 들어서 도읍을 정하는데 한양에 남산이 없어서 못 정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자기가 한양의 남산이 되고 싶어진 것이다.
사람이나 산이나 출세를 하려면 서울(한양)으로 가야해, 하면서 금강산을 떠나 한양으로 온 불암산. 그런데 이런, 한 발 늦었다. 한양에는 이미 남산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소문이란 믿을 게 못 되는 법, 하면서 돌아가면 좋았으련만 불암산은 그냥 한양 언저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래도 출세(?)를 하겠다고 떠나온 고향에 빈손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던 게지. 불암산은 헛소문을 퍼뜨린 한양이 영 못마땅해 돌아앉은 형국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 불암산에 걷기 좋은 둘레길이 조성된 것은 지난 가을. 불암산 둘레길은 하루 길과 나절 길로 나누어진다. 하루길은 전체 길이가 10㎞로 불암산 덕릉고개에서 시작돼 넓은 마당과 넓적바위를 거쳐 불암산 정상을 지나 다시 덕릉고개로 이어지는 구간이며, 나루길은 전체 길이가 8㎞로 104마을갈림길에서 시작돼 공릉산 백세문을 거쳐 삼육대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