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이 예정되며 남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20일 오전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상황판에 낙폭을 키우는 코스피 지수와 오름세를 보이는 환율정보가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별일 없이 지나갔으나…. 제 계좌는 한참 마이너스 되었습니다~ㅜㅜ"(miniXX)20일 오후 3시6분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의 증권 관련 마당에 올라온 한 개인 투자자의 이야기다. 이 트위터리안의 글에 또 다른 이는 "이럴 땐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다니까요"라며 공감의 글을 덧붙였다.
이날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증권관련 게시판을 비롯해 각종 금융관련 사이트에선 "힘든 하루였다", "고생했다", "암울하다" 등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어떤 투자자는 "결국 북풍은 힘없는 개미들에게만 몰아쳤다"(ID:sucess xx)고 털어놓기도 했다.
들쭉날쭉하던 주식시장... "북풍은 힘없는 개미들에게만" 이날 아침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공포'와 '불안'이 지배한 듯했다. 이미 예고됐던 국방부의 서해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가져올 '북풍(北風) 리스크' 때문이었다.
종합주가지수 2000을 훌쩍 뛰어넘고, 이른바 연말 '산타랠리(크리스마스 전후로 주식시장의 상승기를 일컫는 말)'에 동참했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개인들은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개인들이 2000억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내다팔다 보니, 코스피지수도 한때 2000선이 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더이상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외국인들이 개인들이 내놓은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도 그랬다.
지난달 24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다음날에도 개인들은 5718억 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고,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챙겨갔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오르면서, 2000선을 넘어섰다. 결과론적이지만, 외국인은 북한 리스크를 통해 철저히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워간 셈이다.
이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들이 주식을 내다팔고, 외국인이 사들이는 형국은 계속됐다. 대신 시간대별로 바뀌는 사격훈련 발표로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은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당초 예상했던 오전 사격훈련이 지연되자, 코스피지수는 2010선까지 올랐다. 그러자, 예정대로 오후에 연평도 포 사격이 치러진다는 소식이 나오자 다시 하락했다. 이후에도 연평도 사격 여부에 따라 주가지수는 아슬아슬하게 2010선을 버티고 있었다.
이후 오후 2시를 넘어 연평도 사격훈련이 곧 진행될 것이라는 외신과 국내 보도가 나오면서, 개인들은 다시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그 사이 이미 북한이 미국과 핵사찰 합의 소식 등을 접한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결국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들은 2673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우량 주식을 싼값에 살 기회라고 판단해, 각각 1097억 원과 1133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6.02포인트 떨어진 2020.28로 마감했다.
연평도 긴장고조... 북한 외교전의 완벽한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