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봉에 매달리기 샤워하며 몸을 보면 왼쪽 삼각근 부위가 위축된 것을 느끼고 왼쪽 기능이 그래서 떨어진다 생각해 시작한 매달리기로 이 운동을 하면서 좌우 밸런스가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서치식
곰곰 생각해보니 재활 의료진이 가지고 있는 재활의 지식들이 결국은 학문을 통해 얻은 간접경험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재활에 관한 학문 이란 것도 재활환자들을 관찰하고 치료하며 얻어낸 간접경험이라는 것이다. 재활치료라는 게 운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나는 직접 내 몸으로 경험하는 것들을 응용하고 찾아내면 병원치료보다 더 효과적인 재활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당시 통원치료를 하던 지역의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출신의 그 병원원장님에게 병원치료를 끝내려고 마음먹고 '원장님은 학문을 통해 재활을 간접경험 하셨지만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내 재활성취가 내게는 더 소중하고 궁극적으로 완전한 재활은 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렇게 생활 속에서 이루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틈만 나면 끊임없이 질문해 대며 유난을 떨던 환자였던지라 그 원장님은 한참을 생각하고는 순순히 동의해 주셨다. 그 이후로 나 혼자만의 외로운 재활모색은 시작되었다.
불교에서 행하는 108배를 응용한 운동부터, 헬스클럽을 이용한 재활(구내매점에서 라면과 공기 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10시간씩 몰두한 적도 있었다), 체련공원의 각종기구를 이용한 운동, 다리 모으고 앉았다 일어서기, 흔히 가라스윙이라 부르는 골프의 빈 스윙, 철봉에 매달리기, 뒷꿈치 들었다 내리기, 앞뒤로 다리 벌리기, 옆으로 다리 벌리기, 골반운동, 손가락 체조, 다양한 자세의 스트레칭 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의 많은 운동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틈만 나면 해왔다.
유난히 더운 2010년 여름 공부하는 도서관의 휴게실로 사용하는 2층 베란다의 철제난간을 이용해 손가락체조와 푸쉬업을 하곤 했는데 더운 날씨에 철제로 된 그 난간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니 어느 날은 화상을 입는 것도 모를 정도로 열중해서 재활에 매진했다.
도서관의 2층베란다 커피 자판기 옆 구석자리는 이제는 나의 재활운동장소가 되어 내가 휴게실에 가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나만 보면 자리를 비켜주곤 할 정도가 되었다. 뇌병변 환자들은 자리에 누워도 불편을 느낀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은 뇌병변 환자의 간호에 관한 자료를 보니 뇌병변 환자에게는 별도의 침대를 쓰게 하는게 좋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3년째 혼자 살고 있는 집에 돌아가면 밤 10시 반, 현관에서 혼자 이것저것 스트레칭과 골반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다보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사고전 보다 잔근육이 발달하고 나날이 몸이 균형잡혀 나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휘파람을 불며(언어치료를 해보니 입의 근육들을 자극하고 운동시키는 것 이었는데 어릴 때 곧잘 새소리를 휘파람으로 내던 내가 전혀 불 수 없었는데 이제는 거의 건강할 때 수준으로 소리가 나게되었다) 샤워를 마치면 하루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누워보면 나날이 몸의 회복정도를 느낄 수 있다. 옆으로 돌아 눕기도 불가능했고, 반듯하게 누워도 불편했던 느낌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