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는 한 가지 북어탕 뿐 이다.
나영준
경의선 능곡역 부근, 경의선 일대가 그렇듯 개발 진행 중이다. 복잡한 공사소음 속에서도 골목을 기웃거리면 80년대 교련복의 추억이 묻어나올 듯하다. 그 부근을 기웃거리면 발견하게 되는 가게 이름 <북어집>. 촌스럽지만 정직하다.
몇 개 안되는 탁자와 세월에 그슬린 의자들. 간판에서 느껴졌듯 메뉴는 단 한 가지, '북어탕'이다. 역시 긴 시간을 붙박았을 법한 할머니가 친절하지도, 딱히 쌀쌀하지도 않게 손님을 맞는다. 한 사람이니 묻지도 않는다. 북어탕 1인분이다. 가격은 4천 원을 유지하다가, 1천원이 올랐다고 한다. 그래도 준수한 가격이다.
머쓱하게 가게 안을 둘러 볼 시간도 없다. 곧 밑반찬이 나온다. 콩나물 무침이 짜지 않아 좋고, 마늘종 볶음은 무르지도 질기지도 않게 잘 익었다. 가장 좋은 건 총각김치 볶음이다. 물렁하게 볶아져 베먹는 맛이 있다. 물에 말은 밥에 먹으면 그만 일 것 같다.
밥도 함께 나온다. 많이 넉넉하다. 그런데 밥과 반찬이 담긴 그릇이 추억을 잡아당긴다. 예전 분식집에서 쓰던 추억의 그릇이다. 라면이나 떡볶이 한 접시에 서로 코를 처박던 옛 기억이 물씬하다. 뒤이어 나온 북어탕은 양은 냄비에 담겼다. 역시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온다.
"밥이나 반찬이나 먹고 더 드시라고. 국물도 더 줄 테니까."주인 할머니의 투박한 음성이 정겹다. 국물은 맑은 듯 칼칼하다. 북어 이외에는 건질 것이 없지만 끓기도 전 자꾸 떠마시게 된다. 그리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한 북어 한 마리, 두 동강을 내 숟가락으로 살코기를 떠먹는다. 부드럽고 쫄깃하다. 다른 반찬이 생각 안 난다. 정신없이 먹는 일만 남았다.
3천 원에 즐기는 동태탕, 고봉밥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