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를 갖는다. 14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두 남녀의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나라를 차지하려는 세력들의 권력 다툼까지 그려낸 <아이다>는 군더더기가 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에 화려한 조명과 무대 세트, 의상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한 번 들으면 누구나 흥얼거리게 만들 정도로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하면서 <아이다>는 비교적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아이다>의 무대는 공연 시작 전에 셋업하는 데에만 6주가 소요될 정도로 거대하면서도 화려하다. 고대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와 함께 현대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무대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현대 박물관을 시작으로 고대 아프리카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나일강, 그런 나일강에 반사된 야자수들과 호화로운 암네리스의 옷장 장면까지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눈에 띈다.
그리고 <아이다>는 수많은 뮤지컬 중에서도 조명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빛의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아이다>에서는 조명이 하는 역할이 크다. 조명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안무 동작 하나마다 조명이 바뀌는 등 수백개의 색깔 조명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의상도 <아이다>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의상만 유심히 봐도 흥미로운 작품이 <아이다>다. 무대가 이집트라고 하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대 이집트 복장이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엘튼 존의 팝 음악과 어울리는 현대적인 의상이 이집트의 의상과 만나 전혀 다른 스타일이 <아이다>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집트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의상도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는 극 중 12번이나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그 의상만 눈여겨 봐도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만남,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들
<아이다>가 갖는 또다른 매력은 귀에 착착 감기는 넘버들이다. 매 장면이 기대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화려한 무대 세트와 조명, 의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궁금한 것도 있겠지만, 어떤 넘버가 흘러나올지 기대되는 것도 있다.
<아이다>는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만나 이뤄진 작품이다. 뮤지컬 음악의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가 먼저 가사를 쓰고 그 가사에 맞는 분위기의 음악을 엘튼 존이 작곡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아이다>는 탄생됐다.
이미 이 두 사람은 <라이온 킹>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었다. 두 사람은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한 음악은 물론, 화려함을 강조한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용감하고 남자다운 라다메스 장군의 패기를 표현하는 등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적격의 넘버들도 선보인다.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와는 차별화를 보이기 위해 흑인 음악, R&B, 가스펠, 발라드 등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혼합된, 팝 음악으로 <아이다>는 그렇게 엘튼 존과 팀 라이스를 통해 현대적인 이집트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옥주현, 김우형, 정선아, 김호영, 문종원 그리고 빛나는 앙상블
2005년에 이어 '아이다' 역을 맡은 옥주현은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5년 전에 <아이다>를 통해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던 그녀는 그때의 아쉬움과 함께 한 번 '아이다'로 서 봤던 경험 때문인지 5년 전보다 더 자연스럽고 '아이다'다운 '아이다'를 선보인다.
특히 'The Dance of Robe', 'The Gods Love Nubia' 등 고음 처리가 필요한 넘버들 모두 옥주현은 제대로 소화한다. 일본 <아이다>에서 '아이다'가 고음 처리를 낮춰 부르던 것과는 달리, 옥주현은 깔끔하게 고음 처리를 함과 동시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라다메스'역의 김우형은 라다메스에 적격인 배우로 보인다. 5년 전의 '라다메스'가 남자다우면서도 다소 부드러움이 있었다면, 이번 '라다메스'인 김우형은 더 용맹하고 선이 굵은 이집트 장군을 연기한다.
'암네리스'역의 정선아 또한 역할에 적격이다. 극 초반 철부지처럼 보이는 '암네리스'를 연기하며 코믹함을 보여주다가도 후반에서는 왕위를 이어받은 냉철한 공주 역할을 제대로 소화한다. 그녀가 부르는 넘버 'My Strongest Suit'는 정선아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그 외에도 '메렙'의 김호영은 5년 전 모습 그대로 관객들에게 귀여움과 웃음을 선사한다. 여전히 소년같은 이미지로 <아이다>에 힘을 실어준다. 라다메스의 아버지인 '조세르' 역의 문종원은 적당한 사악하면서도 차가움을 유지하는 인물을 표현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아이다>에서는 앙상블이 눈에 띤다. 주연 배우들이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갈 때 앙상블은 무대를 더욱 더 풍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아이다>에서만 볼 수 있는 인상적인 군무들도 모두 앙상블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이다>의 군무 장면들은 여느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무척 강렬하다.
900여명의 지원자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27명의 배우가 선택되었고, 120여 회의 공연을 시작했다. <아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를 지니면서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강렬함을 지녔다.
12월 17일까지는 프리뷰 공연이고 18일부터는 본 공연이 이어진다.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더 많은 팬이 생긴 박칼린은 이번에 <아이다>의 국내 협력 연출을 맡았다. 그녀의 지휘로 듣는 <아이다>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이다>는 내년 3월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평일 밤 8시 / 토요일 3시, 7시 30분 / 일요일 2시, 6시 30분 공연.
2010.12.17 20:1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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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무대 위에? 시공을 초월한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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