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지도정상에서 상원사로 내려오는 등산길은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으나 실재로 많은 부분이 끊겨있다. 청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가시덩쿨이 우거져있고 길도 찾기 힘들었다.
정부흥
용문산 정상까지숙소에서 용문산까지 거리는 39km 이다.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위치한 용문산(1157.2 m)은 화악산(1468 m), 명지산(1267 m), 국망봉(1168 m)에 이어 경기도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다. 깊은 계곡, 기암괴석과 고산 준령을 고루 갖춘 산이다.
용문산은 험난한 바위산으로 정상은 중급자 이상이 갈 수 있는 산행코스다. 약간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강원도로 이사 와서 이미 화악산, 용화산, 팔봉산을 등반한 터라, 몸 상태에 적신호가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기로 했다. 스스로 자신을 중급자 이상으로 여긴 자신감이 한몫 거들었다.
용문사 주차장 매표소에 이르러 돈을 내려고 했더니 매표원이 돈 받을 생각을 않고 용문사까지 가는 차 길을 자세히 알려준다. 우리가 타고 온 트럭을 보고 절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로 생각한 모양이다. 집사람이 돈을 내려는 나의 소매를 슬며시 잡아 끈다. 개구쟁이 소녀 모습이다. 일하러 가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주차장을 지나 용문사 턱 앞까지 단숨에 이르렀다. 아주 별다른 맛이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동남아에서 가장 크고 우람하며 오래됐다는 은행나무가 대웅전 앞을 치지하고 서있다. 꽃말이 장수, 정숙, 장엄함인 은행나무는 화재에도 잘 견디고, 재생력이 좋고, 환경오염에도 강해 도시 지역의 가로수로 각광받는다. 나에겐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좋은 징코민 때문에 소중한 인상이 남은 나무다. 잎도 열매도 다 떨어지고 덩그러니 몸체만 남았음에도 그 위용에 눌려 경외심이 인다. 그 앞에서 한동안 경배하고 등산길로 접어든다.
용문산은 바위산이었다. 깊은 계곡입구인 절 뒷길로 접어드니 각을 세운 굵은 바위들이 젊고 살아있는 산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온다. 젊은 기를 받은 수 있는 것은 좋았으나 날카로운 바위들은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것 같아 중심이 잘 잡히지 않은 몸을 조심하여 길을 나아간다. 용문산을 소개하는 책자에 산행코스가 험하다고 해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정상까지 3.2km 거리는 약간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산에 다닌 경험에 의하면, 코스가 길고 짧고, 험하고 완만하고를 떠나 등산은 시작할 때가 가장 힘들다. 한두 시간 지나야 시쳇말로 발동이 걸린다. 한 시간 반 정도 묵묵히 걷다 보니 '마당바위'에 이르렀다. 지도에 표시된 첫 번째 이정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