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GM은 망하고 현대차는 살아남은 까닭

장하준 교수 "한국 기업지배구조, 영미식 모델이 대안 아니다"

등록 2010.12.15 14:18수정 2010.12.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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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업과 정부 관계에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왕도 아니다."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미래포럼2010' 강연에서 '기업 프렌들리'를 앞세운 기업-정부 관계에 대한 시각 교정을 주문했다. 

최근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신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문제점을 비판한 장 교수는 이날 기업과 정부의 관계 측면에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장 교수는 "지난 30년간 기업과 정부 관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적 정설에 따라 정부 개입이 적을수록 기업에 좋고 국가 경제에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이 관점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기업 규제를 철폐하고 산업정책을 버리고 기업지배구조를 영미식으로 바꿨다"고 지적했다.

"기업 프렌들리는 규제 완화? 규제가 기업 살려"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 경제에도 이롭다'는 관점에 대해 장 교수는 "특정기업에 좋은 것이 다른 기업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금융 분야는 30년간 규제 완화 혜택을 입었지만 최근 금융 위기나 단기 이익에 대한 압박 때문에 파산한 GM(제너럴모터스)처럼 실물 부문이 타격을 받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에 최대한 자유를 줘야한다'는 관점에 대해서도 "기업 친화적인 게 규제 완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규제가 기업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직원 교육을 들었다. 장 교수는 "기업들은 교육시킨 종업원이 다른 기업으로 옮겨가는 걸 우려해 직원 교육에 소극적"이라면서 "규제가 있으면 기업들이 상대적 불이익 걱정 없이 직원 교육에 투자할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대해 정부가 가진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관점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에 반한 정부 결정이 성공한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장 교수는 "2000년 AOL의 타임워너 인수 실패 사례처럼 너무 가까이 있어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반면 60년대 LG(당시 금성)가 섬유 산업을 하려고 했을 때 박정희 정부가 전선 사업을 하라고 해 LG전자의 모체가 됐다"면서 "만일 LG 자체 판단으로 섬유업계에 들어갔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수익 좇는 영미식 모델, 기업 장기 발전에 안 맞아"


'주주 이익 극대화'를 내세운 영미식 기업지배구조가 경제적 실적을 최대화한다는 관점에 대해서도 GM(제너럴모터스) 파산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장 교수는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중 GM만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에 따라 정석대로 운영했는데 결국 파산했다"면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설비, 연구개발, 직원 교육 등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데 단기적 수익 극대화를 요구하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주정부 지분이 90%인 독일 폴크스바겐이나 프랑스 정부가 지분 30%를 소유한 르노처럼 국가 지분이 많은 기업이나, 포드나 현대차처럼 창업자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진 기업들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다만 장 교수는 "한국-일본 기업지배구조 역시 변화가 필요하지만 영미식 모델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경제 파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규제가 소득 재분배 역할... 규제 완화 신중해야"

산업정책, 규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점 변화도 주문했다. 장 교수는 "산업정책의 정당성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경우 과거 산업정책을 통해 전자 부문을 강화했던 것처럼 다른 분야에도 과거 산업정책을 일부 되살리되 소득불균형, 지방간 이해갈등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규제 문제 역시 "한국과 일본에서 규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시장 실패 수정이나 기업 이익과 사회 이해 관계 조정뿐 아니라 소득 재분배 방패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는 과거 냉전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사회주의 냄새를 풍기는 복지 정책 대신 규제 정책을 활용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기업 복지나 일본 '대형매장법'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 분야 진출 막는 규제가 대표적"이라면서 "이런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체적인 복지에 도움이 된다면 폐지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뒷받침 체계가 없으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하준 #기업지배구조 #아시아미래포럼 #규제완화 #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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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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