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대통령과 정부의 또 한 가지 '거짓말'

[주장] 큰 성과라는 '부품관세 즉시철폐', 대기업만 돈 벌고 국내 고용 감소 불러와

등록 2010.12.14 21:38수정 2010.12.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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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FTA재협상 결과가 한국에는 실이고 미국에는 득이라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기존 합의에 비해 재협상 결과가 한국에게 훨씬 불리한 조건인데도 '윈윈이다', '이익의 균형을 잡았다' 등 알다가도 모를 얘기만 '좀비'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자동차 양보로 더 큰 이익 얻게 됐다" 주장

기존합의에 비해 미국의 관세장벽은 높아진 반면 한국의 관세장벽은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미국 측이 즉시 철폐하기로 했던 3000cc 이하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관세가 4년 유예됐고, 2년간 균등철폐하기도 했던 3000cc 이상 승용차 역시 4년 후 철폐로 미루어졌습니다. 미국에게 유리한 전기자동차의 경우, 한미 모두 9년에 걸쳐 균등철폐하기로 했던 원안을 파기하고 한미 모두 4년간 균등철폐하는 것으로 시기를 대폭 앞당겨 한국에게 불리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도 현격한 수준으로 낮춰 자국의 이익을 도모했습니다. 기존협상에서 미국 안전기준에 적용돼 국내에 판매되는 자동차 수를 6500대로 묶어 놓았던 것을 2만5천대로 대폭 늘려주었고 연비 CO2 기준도 19%나 완화해 주었습니다.

'자동차 다 내눴다' 비난에 '4% 부품관세 즉시철폐'는 큰 성과 맞서

재협상으로 인해 3조원 이상 손해를 본 거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도 대통령까지 발 벗고 나서서 "한미FTA 자동차 양보로 더 큰 이익을 얻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FTA재협상은 '잘된 협상'이라며 국민을 호도하는 정부의 뻔뻔함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분야는 다 내줬다'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는 '4% 부품관세 즉시철폐'라는 '성과'를 들이댑니다. 부품관세 철폐가 이번 재협상으로 한국에게 발생한 불리한 점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것처럼 얘기를 부풀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 관세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부품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현지 생산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 상황이 크게 좋아질 뿐 아니라, 고용도 증대된다, 이게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입니다.


왜 미국이 '부품관세 즉시철폐' 동의했을까?

미국이 정말 한국을 배려해 주려고 특별히 부품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것을 선뜻 내줄 리 있겠습니까?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은 한국에게 가장 유리한 측면만을 추려내 만들어낸 논리왜곡에 불과합니다. 실제는 다르게 전개될 게 뻔합니다.

4% 부품관세가 철폐되면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업체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까요?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부품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 부품업체들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관세철폐로 인해 발생하는 4% 절감 부분의 수혜자가 누가 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관세가 사라진다고 해서 수출업체의 납품 가격 조건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미국 현지에 있는 완성차 생산업체가 수혜자가 되겠지요.

한국차 미국 현지 생산 비중 키우려는게 미국 속셈

미국 현지 자동차회사가 4% 관세 철폐 부분을 완성차판매가격에 반영하여 싸게 판다면 판매실적이 증가수 있겠지요. 이 경우 국내 부품수출 중소업체는 수출물량이 늘어나 그런대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세철폐 부분이 완성차회사의 이익으로 흡수된다면 판매량이 정체될 것이고 따라서 납품량도 변화가 없게 돼 국내 부품업체는 별 재미를 못볼 수도 있습니다.

부품 관세 철폐는 미국 현지 한국 완성차업체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업체로서는 관세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원가경쟁력을 완성차판매가격 인하로 반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판매실적이 증가한다면 당연히 국내 중소 부품업체의 수출도 증가하겠지요.

미국 땅에서, 미국 노동자에 의해, 미국사람이 한국차 판다면

하지만 현지 판매실적 증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차업체는 미국 현지 생산량을 계속 늘리려 할 테고 전차종에 대한 현지 생산체제까지 갖추려고 덤빌 겁니다. 해외 생산 비중이 커지겠지요. 이렇게 되면 미국 현지 고용은 늘어나지만 반대로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의 고용은 감소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기업은 돈을 더 벌수 있지만 국내 고용 사정은 악화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미국이 부품 관세 4%을 즉시 철폐해 주겠다고 하는 데는 커다란 노림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자동차를 가급적 한국이 아닌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미국 내 한국산 자동차가 더 늘어나는 것을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한국에서 생산해서 배로 실어와 판매되는 식이 아니라 미국 땅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손에 의해 생산된 제품을 미국인에게 판매되도록 하겠다는 계산입니다.

미국이 부품 관세철폐에 관대한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미국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미국 내 고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부대적인 이익도 늘어나겠지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임으로써 미국은 고용과 세수 증대, 보이지 않는 통제까지 가능하게 됩니다. 이게 미국의 속셈입니다. 

미국은 '고용증대', 대기업은 '돈', 그러나 국내 고용 감소 불가피

부품 관세 즉시 철폐는 큰 성과다, 재협상을 통해 얻어낸 성과다, 부품관세 즉시 철폐되면 우리가 얻을 게 많다, 이런 식의 주장하면 거짓말이 됩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4% 부품관세 즉시철폐,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의해준 겁니다. 자본의 이익은 한국기업에게 돌아간다 해도 고용과 세수 등은 미국이 챙기겠다는 판단입니다. 부품관세가 급속히 철폐돼 생산 현지화가 가속되면 국내의 자동차 고용시장은 상당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데도 부품 관세 즉시철폐가 한국이 얻어낸 성과라고 말할 수 있나요?   
#한미FTA #FTA재협상 #FTA 자동차 #자동차 부품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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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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