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에서 맞은 300일... "추기경 발언은 무지의 소치"

천주교연대도 정진석 추기경 규탄 가세... 팔당대책위 "주민 일부 떠난다"

등록 2010.12.13 20:32수정 2010.12.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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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사제들이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하우스에 차려진 비닐하우스에서 300번째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12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사제들이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하우스에 차려진 비닐하우스에서 300번째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하고 있다.최지용
12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사제들이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하우스에 차려진 비닐하우스에서 300번째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 최지용

"많은 교구장, 주교님들께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면서 강론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잘못된 사업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습니까! 5005명의 성직자와 수도자가 서명하고, 명동성당에 모여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습니까! 단식과 미사를 봉헌했던 사람들이 바로 같은 사제들이 아닙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의 떨리는 목소리가 비닐하우스에 울렸다.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정진석 추기경(서울교구 주교)를 향한 일갈이었다. 지난 2월 시작해 하루도 빠짐없이 열었던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팔당생명평화미사가 300일을 맞은 자리에서 강론하던 중이었다.

 

폭발하는 비판의 목소리... 정진석 추기경 입지 흔들

 

13일 오후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열린 미사에서 서 신부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며, 주교회의라는 형제적 관계의 단절이고, 일치를 부르짖는 사제단의 관계를 해치는 분열 행위"라고 정 추기경을 맹비판했다.

 

서 신부는 이어 "지난 6월 14일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성당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서 주교회의 이용훈 신부(수원 교구장)는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이 교회의 대사회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씀했다"며 정 추기경의 발언을 반박했다.

 

서 신부는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도 교구장)도 (같은 미사에서) '지난 3월 주교단이 발표한 성명은 한국교회 백성들에게 드리는 주교들의 가르침이고, 천주교 신자라면 어떠한 토론이나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용훈 주교와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은 당시 미사를 마치고 진행된 거리행진까지 참석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관련기사 : "천주교 신자라면 4대강 사업 반대 이견 없어").

 

주교회의는 정 추기경의 발언과 달리 이후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발전을 위한 개발이냐, 파괴를 위한 개발이냐는 과학자들 전문가들이 다루는 문제이지 종교의 분야가 아니다"라고 한 정 추기경의 말은 지난 10월 추계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이라는 지침서와도 대치된다.

 

주교회의는 지침서에서 "4대강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표적인 난개발(8항)"이라고 명시했다.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을 '난개발'이라고 정의했지만 정 추기경은 "종교의 분야는 아니"라며 이를 부정한 것이다.

 

서 신부는 "거짓을 눈감아 주고, 부정한 이득을 챙기기 위한 밀약이 있었다면, 이는 거짓 예언자에 대한 하느님의 준엄한 심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지난 10일 정의구현사제단이, 이날 오전에는 원로 사제들이 정 추기경의 발언을 규탄하며 사퇴를 촉구했고, 4대강 각 지역에서 생명평화미사를 해온 천주교연대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정 추기경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와 학계, 정권 퇴진운동 착수

 

 300번째 팔당생명평화 미사에는 1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300번째 팔당생명평화 미사에는 1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최지용
300번째 팔당생명평화 미사에는 1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 최지용

미사를 마친 천주교연대는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정부를 규탄하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이명박 정권은 반드시 망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천주교연대는 성명서에서 "우리는 국회에서 폭력적인 예산 강행 처리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정권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어떻게 국민의 혈세를 국민의 뜻과 다르게 저버린 행동이 어찌 '정의'일 수 있는가? 이것은 명백하게 '불의'며 부정의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예수님은 진정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었기에, 자연스러운 삶의 토대를 파괴하는 외적인 성장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라며 "이런 생태적 예수님을 닮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사제들의, 우리 종교인들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연대는 끝으로 "생명과 평화를 거부하는 정권, 정의를 왜곡하고 다수의 힘으로 악행을 일삼는 정권은 반드시 망한다"라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권은 망할 것이라는 진실을 우리는 반드시 증명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주교 연대는 오는 17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운하반대교수모임과 함께 '정권퇴진운동'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정부 반대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팔당생명평화미사는 300일째를 맞아 그동안 미사를 해왔던 낡은 비닐하우스에서 새로 지은 깨끗한 비닐하우스로 옮겨 진행됐다. 평일임에도 서울, 인천, 춘천, 청주 등 각지에서 올라온 신도 1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서 신부는 "누군가는 '300일이나 했으면 이제 그만 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이 깨끗한 새 비닐하우스에서 앞으로도 계속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3~4개 농가 경기도와 합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 위원장.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 위원장.최지용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 위원장. ⓒ 최지용

이에 앞서,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미사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팔당유기농단지 보존 투쟁에 변화가 생겼음을 밝혔다. 최근까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유기농지 보존을 주장했던 11개 농가 가운데 일부가 경기도가 제안한 안을 수용해 두물머리를 떠날 것이라는 것.

 

유 위원장에 따르면 경기도는 대체농지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농민들이 원하는 농지를 구매할 때 낮은 이자로 장기융자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유 위원장은 "3~4개 농가가 이에 합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팔당유기농민의 싸움은 생존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4대강 사업이라는 총체적인 모순과 맞서는 것"이라며 "우리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운동을 중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떠나는 농가가 있지만 나머지 농가는 농지보존 투쟁을 계속 이어 가겠다는 의지다.

 

유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라며 "이 작은 두물머리에서 이명박 정부를 극복하는 일에 농민들과 끝까지 가겠다"라고 다짐했다.

 

팔당공대위는 현재 유기농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 팔당농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 유기농이 수질오염을 시키는 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시범농지를 구성할 것 ▲ 두물머리에 대한 4대강 사업 재검토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측은 사과요구에는 유감표명을,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으나 팔당공대위 측은 "공식적인 사과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고 제의를 거절했다.

#4대강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 #팔당유기농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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