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전으로의 하산, 토박이 택시기사와의 만남
정상에서의 아쉬움은 뒤로한 채 성인봉 등산길 중 코스가 가장 짧고 험하지 않은 안평전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그곳에서 택시를 불러 대기시켜 놓았다가 내수전전망대 입구로 가야하기 때문이죠. 내수전-석포옛길을 지나 오후 3시 50분에 석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지 못하면 캠핑장비가 있는 나리분지로 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에 따라 더더욱 발걸음은 빨라졌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손님."
인사와 함께 택시가 출발합니다. 울릉도 토박이 운전사라는 택시기사는 우리가 묻기도 전에 울릉도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습니다. 울릉도 택시는 모두 suv냐는 질문에 "길이 험하고 눈이 많은 울릉도에서 승용차 택시는 힘이 안된다"는 말과 함께 "육지에서 오는 베테랑 운전자들도 울릉도에서 운전할 때는 조심해야돼"라며 길이 험한 것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울릉도의 수맥과 설악산의 수맥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 듣는 순간 '이걸 믿으라는 거야' 라는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며 "옛날에 설악산의 한 스님이 사과를 먹다가 계곡에 빠트리고 말았는데, 그 사과가 수맥을 타고 울릉도까지 건너와서 '뿅' 하고 튀어나왔어"라고 말합니다. 울릉도 토박이로 울릉도 에 대해선 자기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며 믿어야한다지만 의아함을 떨쳐 버릴 순 없었죠. 일단 재미있는 소재이기에 적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럴 수도 있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참 재미있는 대한민국이죠?
"끼~익~~" 갑자기 택시가 멈춰섭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뒷 차와의 사고를 면하고 가슴을 쓸어넘기는데, 택시기사가 인구 7000명이 살고 있는 울릉도에 차가 4000대나 있다면서 이렇게 많은데 신호등이 없으니 간혹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며 투덜댑니다. "다 동네 사람들이니 머라고 할 수도 없고..."라는 말 속에서 애써 화를 삼키는 모습만이 가득합니다.
아쉬움만이 가득한 내수전-석포 옛길
드디어 도착한 내수전 전망대. 모두 분주히 걷고 또 걷습니다. 잠시 후 보이는 쉼터에서 샌드위치로 가벼운 점심을 먹었죠. 그리고 늦을지도 모른다며 선발대로써 간략히 석포전망대에 대한 설명만을 듣고, 일행보다 빨리 걷기 시작했습니다.
일분 일초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다리는 점점 무뎌져갑니다. '과연 석포전망대에 제 시간에 도착해 버스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걷습니다. 아름다운 내수전-석포 옛길을 수박 겉핧듯 지나치니 아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3.4km의 숲길을 걸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석포전망대, 울릉도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한 죽도가 눈앞에 보이며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시야가 깨끗한 날에는 독도까지 보인다는 말에 망원경으로 열심히 보지만 독도는 윤곽도 보이지 않습니다.
죽도, 모방송에서 나왔으며 지금은 한 명의 총각만이 살고 있는 유인섬, 멀리서 보기에도 참 아름답다는 말이 절도 나옵니다. 하지만 '과연 나라면 혼자서 저 섬에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는 고개를 젓습니다. '참 외롭고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이 가슴 속에 가득했죠.
천부를 거쳐 나리분지까지 가는 버스에 몸을 맡깁니다. 모두들 조용히 잠이 듭니다. 저마다 버스좌석 한구석을 차지하고 새근새근 자는 동안 어느새 나리분지에 도착합니다.
이렇게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밤은 시작됩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와 기타매체에도 중복기재되는 글입니다.
2010.12.12 15:19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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