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유성호
그러나 서울교육청의 이런 조치를 마냥 잘했다고 칭찬만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먼저 교장 해임 요구나 임금 환수 대상에서 누락된 학교들이 여럿 있다.
지난 8월 국회교육상임위원회 안민석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이사장 친인척 교장 중 교육청 승인을 받은 학교는 서울공연예술고, 상명고, 서서울생활과학고 이렇게 3곳 밖에 없다.
안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동일여고는 아내와 남편(2010년 9월 이후에는 어머니와 아들), 서울외고는 아들과 어머니, 염광여자메디텍고와 강동고는 아버지와 딸, 서울디자인고는 어머니와 아들이 각각 이사장과 교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학교들은 교장 해임과 임금 환수 대상에서 빠졌다. 2대에 걸쳐 부모와 아들이 100억 대 횡령으로 이들 이사장과 교장 등이 모두 쫓겨난 서울외고도 임금환수 대상에서 누락됐다.
특히, 동일여고는 올해 8월까지 이사장의 남편(87세)이 학교장을 하다가 갑자기 사망했고 이후 아들 김아무개씨가 교장으로 취임했는데도 환수 대상에서 누락됐다. 그리고 아버지 교장의 임금 환수와 별개로 동일여고 김 교장은 교장 연수를 받지 않았다(2010년 9월 1일로 부임, 이후에 교장 연수가 실시되지 않음). 교장자격증이 없으면 정식 교장으로 취임할 수 없고 직무대행만 할 수 있다. 교장이나 교감 직무대리를 전임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며 올해 4월 감사원도 불법 편법 교장직무대리에 대한 시정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서울교육청은 동일여고 김아무개 교장을 정식 교장으로 임명 승인했다. 서울교육청 담당자는 몇몇 학교들이 이후에 교장 승인 요청을 해왔고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는 불법 교장이 문제가 되자 관할청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동명학원 이사장의 남편인 동명여고와 동명여정산고 정아무개 교장은 서울교육청으로부터 해임요구와 임금환수 조치를 받았다. 정 교장은 설립자 이아무개(사망)의 아들로 정년도, 임기도 없이 23년째 교장을 하고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학교장의 정년을 62세(사립학교의 경우 학원 정관에 명기)로, 임기는 4년 이내(사립학교는 4년 이내로 정관에 정함)로 정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동명여고 교장실에서는 동명학원 이사회가 열렸다. 동명학원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아내인 김아무개 이사장이 "정OO에 대한 교장 임명을 정년만료 익일인 2008년 3월 1일부터 추인하도록 제청하오니 결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교장 임명안을 제안하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즉, 2010년 10월 8일에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2008년 3월 1일에 해야 했던 교장 임명을 결의한 것이다.
이처럼 인사를 사후 추인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양천구 목동고도 불법 교장의 재임용 절차를 밟는 등 거의 모든 학교들이 다시 교장 임용을 추진하고 있다.
해임 요구 교장은 3년간 취임금지... 서울교육청은 모르나? 문제는 또 있다. 서울교육청은 사학법인들이 해임 요구된 교장들의 학교장 재임용 승인을 요청하면 이를 수용할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불법 교장을 해도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고, 들켜도 다시 재임용 요청하면 승인해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54조의3(학교장 임명의 제한)은 이사장의 친인척 학교장을 금지하고 있다. 또 동법 제54조의3(학교장의 해임 요구)에 의하면 관할청은 학교장이 사학법이나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했을 때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학법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제54조의3 제1항에 의하면 "관할청의 해임 요구에 의하여 해임되고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학교장에 취임할 수 없"으며, 동법 제20조의2(임원취임 승인취소)에 의하면 관할청의 교장 해임 요구를 거부하면 이사 승인이 취소된다. 즉, 교육청의 해임요구에 의해 물러난 교장들은 최소 3년간은 학교장에 취임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서울교육청은 불법 교장의 재임용 승인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경기교육청은 지난 11월 이미 불법 친인척 교장의 임용을 취소하고 임금도 환수했으며, 현재 교장 공모제 등의 방법을 통해서 새로운 교장을 뽑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때문에 서울교육청은 사학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장에 임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임용 승인을 해 주는 것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들 교장이 학교에서 한 결재는 모두 무효가 돼 교무학사 업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들은 권한 없이 교장 행세를 했기 때문에 모두 업무방해죄로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래저래 불법 시비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서 한 교사는 "교장이 법을 우습게 알고 지키지도 않을 뿐더러 들키면 과거로 돌아가서 시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청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이를 승인해 준다. 이런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 한심하다"고 밝혔다.
설립자 아닌 정년초과 교장, 임금 환수 왜 안 하나민주당 김춘진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0년 10월 현재 서울에만 정년 초과 교장이 54명(전체의 14.7%) 있는데, 이들 중 법인회계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14곳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학생등록금과 국민 세금인 학교회계에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특히, 동명여고, 송곡여정산고, 서울여상고, 강서고 등 13개 학교는 국민의 세금인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설립자 또는 설립자의 후손(직계 가족)이라는 이유로 정년초과 교장들에게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상위법에 그 근거를 찾기도 힘들 뿐 아니라 서울교육청 지침에 의하더라도 설립자 교장만 정년 후에 임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설립자의 친인척은 지원 근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