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미국의 링컨 대통령 상 앞에 선 피델 카스트로를 찍은 사진이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재미난 제목이다.
코르다
코르다는 쿠바 아바나에서 1928년에 태어났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광고사진을 주로 찍던 그가 우연히 피델 카스트로의 미국행을 동행취재하게 됩니다. 그때 찍은 사진이 '다윗과 골리앗'입니다. 제목은 코르다 자신이 붙였습니다. 재치가 넘치는 사진으로 당시 쿠바와 미국 상황이 제목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집니다.
이 사진을 본 카스트로는 이후부터 코르다를 자신의 전속 기자로 택합니다. 코르다는 카스트로가 어딜 가든 따라다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속 피델 카스트로는 혁명 투사이지만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르다의 독특한 시각이 만들어 낸 장면입니다.
그는 또한 60년 '라 쿠브로호 폭발 희생자 추모식'에서 우연히 체 게바라 사진을 두 장 찍게 됩니다. 이게 바로 사진으로는 가장 많이 복제되었다는 체의 사진입니다. 순간적으로 누른 셔터 속에서 체의 강인하고 올곧은 모습을 잘 포착했습니다. 이 사진은 현대 아이콘이 되어 버렸죠.
사실 체의 사진으로 유명하기는 했지만 코르다는 체와는 그닥 친하진 못했습니다. 하루는 코르다가 피델의 요청으로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체의 사진을 찍으려 했습니다. 체는 자신을 찍으러 온 코르다가 태어나서 사탕수수 수확을 해보지 않았다는 걸 알고서는,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일 주일 동안 사탕수수 수확하는 일을 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을 찍을 수 있게 해 주었지요.
재미난 에피소드인데, 이 때문에 코르다가 체를 멀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한편 산업장관이 된 후에도 사탕수수 수확을 직접했다는 체의 모습에서 진정한 혁명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