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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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면을 모두 털어 전날 타계한 리영희 선생을 자세히 소개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듯하다"는 한명숙 전 총리 반응까지 함께 전했다. '조중동'이란 표현에서 <중앙일보>를 빼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6일자 <중앙>이 그러했다.
'양(量)'보다는 '질(質)'에서 더욱 돋보였다. 그 제목부터 '이 땅의 메마른 사상 지평 넓힌 전환시대의 지식인'이었다. "<전환시대의 논리> 저자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별세했다"는 <조선>이나 <동아>와는 확실히 격이 다른 제목이었다.
그 내용에서도 <중앙>은 '색깔'을 멀리했다. 그보다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처음부터 "민주화운동사에서 이름 석 자로 통하는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고 했으며 "기자·교수·사회운동가 등 여러 직함이 있지만 '지식인'이란 호칭이 어울리는 삶을 살았다"고 '못 박았다'.
"약한 펜으로 군사 독재의 '강한 벽'을 허무는데 앞장섰다"고 했는가 하면,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우상에 대한 이성적 해체를 시도했다"고, "우상 파괴자를 자임했다"고도 소개했다. 고인에 대한 평가에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 점도 돋보였다.
"대한민국을 부정했다고 보는 이들은 그를 사회주의 옹호자로 몰아세운 반면, 그를 변호하는 이들은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든 계몽주의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사회주의 진영 붕괴 당시 '변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생의 행적을 평가하는 다음 대목이 마음에 와 닿았다.
"보수 진영에선 운동권 대부의 '전향'으로, 진보 진영에선 '변절'로 몰아갔다. 양측 모두 자신의 정파적 이념 투쟁에 그를 활용할 뿐, 그가 보여준 지식인의 '지적 성실성'에 대해선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았다." <동아>, 부고 기사 색깔은 다소 진했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