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고조시키는 대북 압박정책 지지하지 않는다

[코리아연구원 논평] 연평도 포격사건 및 위키리크스 폭로에 즈음해

등록 2010.12.02 20:19수정 2010.12.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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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래 초유의 사태인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영화 속에만 존재하던 피난민이 발생하였으며, 수도권 지역의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재연되었다. 외국인 투자의 엑소더스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국가들의 경우 한국여행 자제령을 내리거나 자국민의 소개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제 한국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처럼 국제사회에 '화약고'로 각인되기 시작하였다.

기획재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 사태가 장기화하면 거시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11월 24일 밝혔다. 그러나 전쟁은 단순히 거시경제의 영향 차원을 뛰어넘는다. 그간 남북한 첨단무기의 대량살상력은 비약적으로 증대되었다. 치킨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제2의 한국전이 발발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남북한 모두 승패는 의미 없고 공멸에 가까운 재앙으로 한반도는 새로운 '석기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최근 위키리크스(WikiLeaks)에 따르면 한국의 외교안보부처 고위관료들은 주한 미 대사에게 김정일 위원장 사후 "2~3년" 내에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음이 밝혀졌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북한 붕괴론에 기초해서 대북 압박정책을 실행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오바마 정부도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편승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붕괴라는 가설이 현실화되려면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북한 붕괴론과 달리 2010년대 북한의 상황 변화와 그에 따른 붕괴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희망사항과 달리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선험적 예단 말고는 그 증거는 아직까지 학계에서조차도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전략적 인내를 거듭하는 미국의 북한 무시정책의 틈새를 뚫고 전반적 차원에서 북한과 중국의 동맹관계는 확대 심화되고 있다. 또한 만약 북한이 붕괴한다 하더라도 한국군과 미군의 북한 진주를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이에 따른 전쟁 재발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의 자주적 정책결정권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군사력은 비대칭전력을 제외하고는 이미 노태우 정부 후반기에 북한을 압도하였다. 그러나 2008국방백서에서 한국은 병력(65만 명:119만 명), 주요전력(육,해,공군장비), 예비병력 등 단순 양적 비교에서 북한에 열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의도된 과소평가에도 대량살상무기 등 엄청난 무력이 밀집된 한반도에서의 교전행위는 국지전으로, 국지전은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현실은 즉자적인 분노에 따른 보복전이나 북한붕괴를 기다리는 압박이 아닌 평화만들기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 밖에 해법이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노태우 정부 시기에 채택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1989)과 남북기본합의서는 공히 기능주의에 따른 교류협력에 바탕한 단계적 통일을 명문화한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그 어떤 이유로도 귀중한 인명을 살상한 북한의 포격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남측의 대북압박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된 합의라 평가했던 남북기본합의서마저 부정하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며 서해에서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진정한 평화'를 말했지만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할 그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국민의 단결만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는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청하면서도 중국이 극도로 반대하는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훈련을 진행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중국의 중재를 위한 대화 제의도 거부하였다.


국익을 생각하는 정부의 대응은 위기일수록 냉철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드리운 위협과 국제사회에 실추된 국가의 품격을 그대로 둔 채 또 한 해를 넘길 것인가? 나아가 정부는, 위키리크스가 밝힌 것처럼, 대통령 임기 말까지 남북관계를 동결시키며 북한의 붕괴를 기다릴 것인가? 무엇을 위한 대북 압박이고 대화 중단인지 묻고 싶다. 단호한 안보의지와 더불어 평화를 위한 대화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포격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반하는 정책을 고집하는 정부를 선출한 적이 없다. 정부는  6자회담 재개 및 남북간 직접대화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코리아연구원 논평 14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리아연구원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부문에서 정책대안 및 국가전략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 및 전화(02-733-3348, knsi@knsi.org)로 코리아연구원 후원이 가능하며, 후원회비 및 기부금은 기획재정부의 공익성기부금으로 인정되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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