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1일 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속에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을 처리하고 있다.
권우성
친환경무상급식조례가 1일 오후 8시 45분경 서울시의회에서 진통 끝에 결국 통과되었다. 재석의원 89명, 찬성 71명, 반대 0명, 기권 18명. 이로써 '내년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표결이 진행되자, 이날 오전 9시 40분경부터 11시간 가까이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농성을 벌였던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전원 퇴장했다.
6시간에 걸친 '릴레이 논의'...결국 '강행처리' 앞서 오후 2시 30분경 정회되었던 회의가 개회하는 데는 무려 6시간이 걸렸다. 민주당 시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면 오늘 안으로 안건을 처리하자'는 의견이, 대표단에서는 '되도록이면 한나라당과의 협의를 통해 처리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당 차원 그리고 각 당 대표단 사이의 논의가 반복해서 진행되면서 오후 4시로 예정되어있었던 개회시간은 계속해서 뒤로 미뤄졌다. 그 사이, 대표단을 제외한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의장석 좌우로 의자를 놓고 앉아 농성을 계속했다. 민주당 시의회는 오후 6시 30분경, 또 다시 의원총회를 열었다.
오후 7시 30분경, 오승록 민주당 시의회 대변인이 기자실을 방문했다. 오 대변인은 "한나라당 쪽에서 내일 본회의 또는 시정 질문 일정이 끝난 다음 주 월요일 본회의에서 '끝장토론'을 한 후 조례를 상정하는 방안을 내놨다"며 "지금 각 당 대표가 마지막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중 하나의 안이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례를 상정하는 방향이라면, 시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것. 하지만 오 대변인은 "한나라당과의 협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오늘 내로 안건을 처리할 수도 있다"며 '강행처리'의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후 오후 8시 15분경. 오승록 대변인이 또 다시 기자실을 찾아 "곧 안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내일 토론은 하되, 안건은 상정하지 말자는 안을 내놓았다"며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의원들은 하나 둘씩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격렬한 몸싸움, 고성, 눈물... 한나라당 시의원 2명 응급실로 오후 8시 20분경. 본회의장 앞으로 나온 김명수 운영위원장은 "인내를 갖고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취재진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어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이미 한 차례 의사일정이 미뤄졌고, 오늘 의장석 점거로 인해 예정된 시정 질문도 진행되지 못하는 등 의사일정이 너무 많이 순연되었다"며 "이후 2011년도 예산안 심의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공전상태로 갈 수 없다"고 '강행처리'의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허광태 의장이 의회 사무처장과 함께 입장하자, 김종욱 시의원의 "나오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민주당 시의원들은 또 다시 단상위로 향했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는 만큼, 오후 보다 더욱더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특히, 몸싸움이 치열했던 곳은 의장석이었다. 김형식 시의원은 의사봉을 차지하기 위해 의장석 주위를 가로막고 있는 의자를 뛰어 넘었고, 한때는 의장석 주위에만 10여명의 시의원들이 몰려들어 '의사봉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시의원에게 끌려 내려온 한 한나라당 시의원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며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리는 한나라당 여성 시의원을 민주당 여성 시의원이 달래기도 했다.
대부분의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단상 밑으로 끌려 내려갔다가도 또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가 또 다시 소리를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한 시의원은 전자표결장치를 집어 던져 망가뜨리기도 했다. 때문에 민주당 시의원들과 교육의원들은 '전자표결'이 아닌 '기립'으로 표결을 진행해야만 했다. 이에 김명수 운영위원장은 "애들 밥 주자는 게 잘못된 겁니까, 이게 악법입니까,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충돌로 인해 한나라당 이진화, 정문진 의원은 응급실로 실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