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곡학원의 경우 교장, 총장, 교감, 행정실장, 사무국장 등 학교의 주요직을 거의 모두 친인척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고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행수(편집)
C학원 이사장 친인척 등 50명? 서울교육청 감사 착수'사립학교 하나면 대대손손, 사돈의 8촌까지'라는 말이 있다. 서울 사학법인 중 70%가 이사장의 6촌 이내 친인척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인척 외에 학연 또는 지연 등의 특수 관계로 맺어진 소위 '지인'이 사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경우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사학재단은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교육청에 은평구 C학원에 관련된 민원이 제기되었다. 이 학교에 기간제 교원으로 근무하였던 A씨는 근무하면서 교사 채용 문제와 관련하여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 학교에 신규 교사로 채용되는 교사들은 대부분 이 학교 기간제 출신들인데, 사실상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수습교사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학교 교사 중 상당수가 이사장의 친인척이거나 지인, 또는 전현직 학교 관계자들의 가족이었다. A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 강하게 의혹을 품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한다.
이 학교는 이전에도 열악한 교육환경과 비리의혹 등으로 문제가 되었던 곳인데, 이런 문제를 제기한 교사를 강제로 전보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이사장 이아무개는 병역비리와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쫓겨났는데 그 후에는 아내와 딸 등이 이사장 직을 대신했으며, 2009년에는 쫓겨났던 이아무개씨가 다시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씨의 아들과 딸도 이사를 했고, 또 다른 아들은 행정실장을 맡아서 학교 회계를 담당했다. 이 이사장은 쫓겨난 동안에도 막후에서 실질적 이사장 역할을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현재 며느리는 법에도 없는 유치원실장이라는 직함으로 원감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며, 다른 며느리와 조카가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딸은 이사이다.
A씨에 의하면 친인척 외에 이사장의 특수관계인들도 C학원이 운영하는 학교에 상당수 근무하고 있는데, 특히 교원의 자녀들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무려 50명에 이른다고 한다. A씨는
"자기 부모와 같이 근무하는 곳은 피하고 싶은 것이 정상 아닐까요? 같은 교무실에 아버지와 아들딸이 같이 앉아 있으니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고 방식인지 이해가 안 된다…. 다른 애들은 다 인사 했는데 누구는 눈치 없이 인사 안 하더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화가 났다"고 밝혔다.
이사장과 그물처럼 연결된 이들이 공정한 경쟁을 거쳐 채용되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이 학교의 교원 채용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으로는 친인척이나 지인을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서류상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의혹만 있을 뿐이지 객관적으로 위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똥돼지 논란 사학재단, 실학자 '이익' 선생에게 배워야공직 사회와 재벌그룹 등 전방위적으로 만연한 우리사회의 '똥돼지' 논란은 부모의 지위가 아들에게 합법적으로 대물림되던 인도의 카스트 제도나 신라시대 골품제 같은 봉건시대의 신분제도를 떠오르게 한다. 이런 봉건적 제도를 그대로 두고 사회의 민주화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그것이 민주주의의 도량이 되어야 하는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런 사회는 결단코 공정하지 못한 사회이다.
중국 송나라 때는 인사부정, 현대식 표현으로 '똥돼지 논란'과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현직 재상의 자제들에게는 과거시험 응시를 금지하였다. 조선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이 제도에 대해 "재상의 몇몇 유능한 자제들이 등용되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이나 천하의 많은 인재를 썩히는 것보다는 잘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현 상황에서 사학법인의 친인척 고용은 금지되어 있지 않고 금지시킬 수도 없어 보인다. 사학법인들도 법으로 친인척 채용을 금지시킨 것이 아니니 문제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똥돼지'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 '사립학교'라는 비아냥에도 사학들은 딱히 할 말이 별로 없어 보인다.
1000년 전 송나라가 재상 자제의 과거 응시조차 금지시켰던 정신 그리고 이에 대해서 "천하의 인재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었다"는 300년 전 실학자 이익 선생의 평가를 되새기며 '과연 어느 것이 백년대계라는 우리 교육을 위한 길이고, 어떤 것이 공정한 사회를 위한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대한민국 사립학교 분석 시리즈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들의 사학 관련성을 분석하는 글 "사학재단에 한나라당의원이 왜 이렇게 많아?"를 써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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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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