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의 만행 "엎드려, 한 대에 100만원이다"

50대 운수기사, '알루미늄 방망이'로 무차별 폭행당해

등록 2010.11.29 12:41수정 2010.11.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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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2세가 계약해지에 항의하는 50대 운수기사를 알루미늄 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하고 '매값'이라며 돈을 던져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2580>에 따르면 지난 10월 18일 최철원(41) 전 M&M 대표는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50대 탱크로리 기사 유아무개(52)씨를 본사 3층 사무실에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10여 차례 폭행했다는 것. 최철원 전 M&M 대표는 SK 재벌가 2세로,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유씨는 이 회사 임직원 7~8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얼차려를 받듯 엎드려서 최 전 대표가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를 맞았다. "엎드려라, 한 대에 100만 원이다"라며 폭행을 시작한 최 전 대표는 '살려달라'는 유씨의 애원에도 10대를 때리고 난 뒤, "이제는 한 대에 300만 원"이라며 3대를 더 때렸다고 방송은 전했다.

두루마리휴지 입 속에 밀어넣고 주먹질... 2000만원 던져주고 "그냥 가"

야구방망이 폭행 전후로도 최 전 대표는 직접 손발로 유씨를 폭행했다고 한다. '300만 원짜리 3대'를 때리고 난 그는 유씨를 일으켜세운 뒤 주먹으로 뺨을 때렸다. 입안이 터질 것을 우려한 그는 두루마리휴지 뭉치를 강제로 유씨 입에 넣은 뒤 폭행했다.

어느 정도 분풀이를 한 최 전 대표는 '매값'으로 10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던지고 돌아섰다. 이 회사는 이날 유씨의 탱크로리 차량을 5000만 원에 인수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뒤 별다른 치료도 하지 않고 유씨를 그대로 돌려보냈다.

유씨가 이날 폭행을 당한 이유는 계약해지에 반대하며 오랫동안 항의 시위를 벌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부터 화물연대 간부로 활동한 유씨의 회사는 SK에너지의 계약사였다가 지난해 8월 M&M에 인수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M&M은 '화물연대 탈퇴'를 재계약 조건으로 내세웠고, 이를 거부한 유씨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계약을 요구하던 유씨는 올해 1월부터 서울 서린동 소재 SK에너지 본사 앞에 차량을 세워놓고 시위를 벌였다. 유씨의 요구를 거부해 오던 M&M 측은 아예 유씨의 탱크로리 차량을 인수하겠다고 했고, 협상을 진행했다. 폭행 사건이 일어난 당일은 유씨와 회사 측이 계약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M&M "돈 더 받으려 맞았다, 2000만원 어치 안 돼"... 누리꾼 분노

M&M 측은 최 전 대표의 폭행 사건 뒤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방송에 따르면 유씨가 전화를 걸어 사과를 요구하자 이 회사 임원들이 "정신없는 놈" 등 욕설을 퍼부었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유씨가 돈을 더 받기 위해 자기가 맞은 부분이 있다, 일종의 파이트 머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심지어 "사실은 2000만 원 어치도 안 맞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방송되자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당장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방에는 최씨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0654)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낮 12시 현재 청원자는 1만1600명을 넘어섰다. 한 누리꾼은 "이 나라에는 재벌과 그들에게 고용된 노예만 있는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사매거진2580> 게시판에도 비슷한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준비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천인공노할 폭행범 최철원을 즉각 구속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철원 #M&M #엠앤엠 #화물연대 #야구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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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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