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멋이 있는 남일대해수욕장.
성낙선
날은 맑은데 먼 바다에 안개가 자욱하다. 며칠째 따뜻한 날이 계속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은 진주에 사는 후배가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오전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5분 전부터 전화가 온다.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후배는 자전거로 진주에서 삼천포항까지 약 30㎞를 달려왔다. 아침부터 꽤 먼 거리를 달려왔는데도 지친 기색이 없다. 마음이 든든해진다. 오늘 하루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오늘 먼저 들른 곳은 남일대해수욕장이다. 예전에도 삼천포항에서 남일해해수욕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는 거리가 사뭇 가까운 느낌이다. 동행이 있다는 게 이런 차이가 있다. 같은 거리를 가도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도 힘이 조금 덜 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제보다는 확실히 속도가 빨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남일대해수욕장은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그렇지만 백사장에서 바라다보는 경관이 무척 아름답고, 물이 깨끗해 한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게다가 모래알까지 고와 다른 지역의 크고 유명한 해수욕장 부럽지 않다. 모래사장이 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이 넓은 편이다. 남일대해수욕장은 사천시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남일대해수욕장을 떠나서는 상족암군립공원을 찾아간다. 산을 오르는 길고 높은 도로를 타고 올라가 고성공룡박물관 앞을 지나서는 고개 아래 제전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서쪽에 상족암군립공원으로 들어서는 산책로가 나온다. 상족암군립공원은 해안에 우뚝 선 기묘한 바위 절벽으로 유명하다. 마치 기왓장을 겹겹이 포개 놓은 것 같은 바위가 머리 위로 높이 솟아 있다.
해안으로 돌출한 바위 일부가 코끼리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상족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위 절벽 안쪽으로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안을 통과해서 반대편 해변으로 건너갈 수도 있다. 오랜 해식작용으로 인해 생긴 구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