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사로 들어가는 다리 능파각. 다리보다는 누각이 더 어울린다.
전용호
태안사 가는 길가을인지 겨울인지 분명하지 않은 계절. 가을을 보내지 않은 것 같은데 날씨는 추워진다. 11월이라는 계절은 아직 가을이라고 느끼고 싶을 뿐이다. 한적한 산사가 그리워 곡성 태안사로 향한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17번 국도를 벗어나 보성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18번 국도를 따라가다 태안사 가는 표지판을 보고 보성강을 건넌다.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산사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다. 차는 덜컹덜컹 거리며 먼지가 뿌옇게 이는 꼬리를 만든다. 쉬엄쉬엄 걸으면 좋으련만, 이미 차는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비틀비틀 열심히 올라가기만 한다.
산사로 가는 길이 끝날 즈음 계곡에 걸친 누각이 보인다. 누각형 다리인 능파각(凌波閣)이다. 옛 스님들은 멋이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다리만 놓아도 될 텐데, 누각으로 만들어 잠시 쉬었다 가게 한다. 그것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리를 놓은 뜻은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세속에 관한 모든 일들을 물로 씻어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예전 스님들이 계곡에 멋들어지게 걸친 누각에 앉아서 쉬다보면 오히려 세속이 그리워 절집으로 들어서지 못했을 것 같다.
선종구산의 하나인 동리산 태안사가을 화려함을 보내버린 오솔길을 올라가면 일주문을 만난다. 일주문은 언제보아도 신기한 문이다. 기둥 두 개에 의지해서 문을 만들고서는 주변 담장은 없다. 문으로 들어가도 되고, 옆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문이라고 말하지만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문이라고 인정해야 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