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져 폭발하면서 섬 곳곳에서 시커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평도를 방문한 한 시민이 제공한 화면.
시민제공
23일 오후 3시. 난데없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얘 지금 전쟁났어. 뉴스 틀어봐." "예?" "지금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했대. 포를 쏴서 연기도 나고 난리도 아니야. 그럼 넌 어떻게 되는 거니? 예비군 때문에 전방에 불려가는 거 아니지?""설마요, 그럴 일 없어요."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혼자 집에 있던 참이라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TV를 켰다. TV를 보니 연평도가 불타고 있었다. 북한군이 오후 2시 40분경에 곡사포를 이용해 연평도를 포격했다는 소식이었다.
함정끼리의 교전도 아니고 영토 포격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섬 곳곳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찍은 사진은 당시 연평도의 급박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양측은 서로 교전 중이라고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인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예비군 때문에 너 불려가는 거 아니지?" 놀란 나는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아무 소식도 못 들은 모양이다.
"야, 지금 뉴스 봤어? 연평도 공격 당했대. 아니, 배가 아니라 영토를 직접 때렸다고. 민가 불타고 장난 아니야 지금.""어? 야, 이거 뭐야. 이건 완전 전면전 아니냐? 완전 미쳤구만 이것들. 우리 이러다가 전쟁하러 가는 거 아냐?"오후 4시에 시작된 수업시간에도 연평도 포격 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역시 예비역들이다. 서해 5도 지역에 진돗개 1호가 발령되면서 2함대 소속이었던 동기가 신경이 쓰여 먼저 말을 걸었다.
진돗개는 적의 국지적 도발이나 적 부대 침투 등의 상황이 발생할 때 발령되는 경계태세를 말한다. 1, 2, 3호가 있는데 숫자가 적을수록 위험한 상황을 의미한다. 진돗개 1호의 경우, 군과 경찰, 예비군은 기본 임무 수행에 제한을 받고 명령에 따라 지정된 지역에서 경계태세를 갖춰야 한다.
"지금 서해 5도에 진돗개 1호 발령됐다는데?, 너 2함대 소속 아니냐?""네, 형. (나라에서) 부르면 가야죠. 방금 사망자도 나왔다는데."수업이 끝나기까지 학생들은 평소처럼 강의를 듣다가도 뭔가 술렁거렸다. 특히 예비역들의 경우가 그랬다. 전역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 전선에 남기고 온 후임들이 걱정됐을 수도, 혹시라도 징집대상에 올라 재입대했을 때를 상상했을 수도 있다. 지난 8월에 제대한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의 상황을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휴전선에서 북한군과 대치하며 고생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말은 안 했지,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동기들도, 후배들도, 여학생들도 모두가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