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민들이 버린 텔레비전.
민언련
그러나 김인규 KBS 사장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22일 있었던 '수신료 인상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높았지만 정파적 접근 때문에 수신료를 인상하지 못했다"며 "KBS 뉴스가 공정하지 않다면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고 신뢰도가 떨어지면 시청자들이 안 볼 텐데 그렇지 않지 않냐"고 항변했다.
신뢰도가 떨어졌다면 시청률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신뢰도가 높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사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0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1위"라며 굳건한 KBS의 위치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연우 세명대 언론학과 교수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08년 이후 KBS의 신뢰도는 계속 떨어져 왔는데 언론재단의 조사에서만 갑자기 올랐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설문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 질문지 등에 의해 답변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와 KBS가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KBS의 신뢰도에 대해 다시 조사 해볼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타 언론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언론재단의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 9월 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MBC(31.1%)였고 그 다음이 KBS(28.2%)였다.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여론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지난 7월, 주간지 <시사저널>의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MBC(28.4%)가 1위, 한겨레(26.7%)가 2위 KBS(20.6%)가 3위였다. (교수, 언론인, 법조인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 한국, 누가 움직이는가' 여론조사)
'수신료 인상을 못한 것은 정파성 때문'이라는 김 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2007년에는 KBS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았음에도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꼬투리를 잡으려고 편파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었다"며 "지금은 KBS의 공정성이 훼손됐고, KBS 보도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기에 그 때와는 다른 상황임에도 '정파적으로 꼬투리 잡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KBS, 수신료 내는 당사자인 국민 의견 귀 기울이는 노력 부족'수신료 문제에 대응하는 KBS의 소통 부족' 역시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 사장은 "수신료를 얼마를 내느냐는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수신료를 내는 당사자인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평이다.
KBS는 광주, 대전, 대구, 서울을 돌며 'TV 수신료 공청회'를 열었지만 정작 공청회 자리에서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8월, 서울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 자리에 국민들은 얼마나 있는가, 토론자로 나온 내가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형식적인 여론조사를 하기보다는 체계적인 고객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과 태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형식을 갖추기 위해 '시청자 없는 공청회' 등 보여주기식 행사 말고 진짜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KBS 시청자의 대표로 꼽힌 제 21기 KBS 시청자위원회 역시 시청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청자위가) 지난 기수와 마찬가지로 '보수·무색' 인사로 편중됐다"는 비판 속에 꾸려진 시청자위는 지난 10월, 출범 한 달 여 만에 단 한 차례 회의를 거쳐 수신료 인상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시청자 위원 15명 중 8명이 새로 위촉돼 업무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에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11일 논평을 내고 "이번 시청자위의 졸속적인 수신료 인상 동의는 인상안을 날치기하려는 김인규 KBS 특보사장의 작품으로 보인다"며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 의결이 지연되자 시청자위원회의 동의서를 미리 받아놓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쳐놓았으니 빨리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하라고 이사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의하면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방통위에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수신료에 대한 여론 수렴 결과·수신료 산출 내역·이사회 의결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이 규칙을 맞추기 위해 이름뿐인 '시청자위'를 내세워 서둘러 '찬성' 의견을 뽑아냈다는 주장이다.
실제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 6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를 한 결과 80%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BS 새 노조, "KBS 경영진, 수신료 인상 반대 목소리를 경청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