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뒤집어 쓴 새.새는 구조당시에 이미 죽어있었다.
환경연합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고가 난 지 열흘이 지났었지만, 바다 가까이에서는 석유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어떤 냄새도 이렇게 광범위한 공간을 지나면서 같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끝없이 이어졌다. 대기가 모두 석유냄새로 바뀌어버린 것 같았다. 온통 검거나 검은색으로 뒤범벅이 된 것들이었다.
그런데, 지구촌은 곳곳에서 이런 재앙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아마존, 얼마 전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그곳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고기와 식물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전해 듣고 있는 아마존의 소식은 그와는 너무나 다르다.
아마존의 강들은 송유관에서 흘러나온 원유로 오염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매일 46만 4700배럴의 원유가 생산되는데 이를 수송하는 송유관이 원시림을 가로지르며 원유가 유출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 송유관에서 흘러나온 기름들은 아마존의 물줄기를 타고 강으로 흘러들게 된다. 기름이 지나가는 자리에 살던 생물들은 원유에 들어있는 유독한 물질을 그대로 마시게 된다. 희귀한 재규어종이나 강에 사는 돌고래들이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아마존의 강뿐만 아니라 숲도 기름의 늪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에는 900개가 넘는 유독한 폐유 더미가 아무런 관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노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석유회사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유정까지 도로를 내는데, 이 과정에서 아마존의 숲을 그대로 밀어버리게 된다.
또한 하루에 석유생산하면서 물이 생기는데(produced water) 180억 갤런의 이 폐수를 구덩이에 숲에 구덩이를 파서 묻어버리고 있다. 이 폐수는 결국 근처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지역주민들은 오염된 대기와 강물을 마시면서 각종 암과 백혈병에 걸려 고통 받고 있다.
나이지리아 역시 원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50년 동안 나이지리아 니제르 삼각주에서 유출된 기름의 양이 5억4600만 갤런이라고 한다. 그 양은 엑슨 발데즈호 사고를 50년 동안 매년 겪는 것과 같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나이지리아의 송유관은 대부분 노후화 되었고, 축축한 늪지대 속에서 송유관이 녹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유관에서는 폭발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한번 폭발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치게 된다. 나이지리아에는 1998년 폭발사고로 1200명의 주민이 죽었고, 이후에도 폭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송유관뿐 아니라 정유공장에서는 화염이 치솟고 있는데 여기서 독성물질이 무방비로 연소되고 있다. 이런 독성물질로 인해서 주민들에게는 '걸리자마자 죽는 병'이 돌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두통과 호흡곤란을 시작으로 고열에 시달리다가 발병한 지 3일내에 대부분 사망한다고 한다. 벌써 수천 명이 이 병으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