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풍경
변종만
면적 20㎢의 흑산도는 해안일주도로가 나있을 정도로 제법 크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전망대, 정약전 유배지, 샛개해수욕장, 최익현 유허비 등 '버스투어'로 일주도로를 달리며 섬을 한 바퀴 돌아봤다.
흑산도는 양식업을 하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자 홍탁의 고장이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먹은 홍탁 맛을 잊지 못하던 터라 큰 식당으로 들어가 삭힌 것과 회를 반씩 섞은 홍어를 달랬더니 주인이 거절한다.
어느 곳이든 인심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섬마을자연산회식당(061-275-8948)의 젊은 주인 내외가 그런 사람들이다. 홍어와 탁주를 원하는 대로 먹게 해줬다. 받으면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깨끗하고 윤기가 흐르는 멸치를 집안들에게 선물할 만큼 샀다. 산악회원들이 점심을 먹는 식당까지 차를 태워주는 호의도 베푼다. 나도 다른 사람들 맛보이려고 사간 홍탁으로 처음 만난 회원들에게 인심을 썼다.
수산물 시장에 들려 말린 문어 등 여러 가지 해산물을 구경했다. 부둣가는 해산물을 진열하고 좌판을 벌인 사람들이 많다. 섬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피느라 바닷가를 기웃거리다 출항 시간이 되어 승선했다.
일이 계속 꼬이는 날도 있다. 그게 인생살이다. 카메라 작동이 멈춘 홍도부터 흑산도 버스투어까지 내 것보다 카메라 성능이 좋은 아내의 휴대폰으로 풍경사진을 촬영했다. 아뿔싸, 출항 직전에야 아내의 휴대폰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배위에서 내 휴대폰으로 흑산도항의 풍경을 몇 컷 남겼다.
물길을 헤치며 부지런히 달려온 쾌속선이 목포항에 도착했다. 바다가 없는 충북사람들에게는 회가 최고다. 목포의 횟집단지에서 회를 배불리 먹는 시간도 주어졌다. 새로운 사람들과 살아가는 얘기도 많이 나눴다.
이번 여행은 카메라 고장으로 사진을 제대로 못 남겼다. 그 바람에 아내의 휴대폰까지 분실했다. 그래도 눈과 입이 즐거웠고, 생각을 많이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1박 2일간 함께 했던 청주토요산악회원들 때문에 더 즐거웠던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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