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새벽 경찰이 민주노동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관을 파견하자, 이정희, 홍희덕 의원 등 민노당 당직자 및 당원들이 서버업체 건물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다.
진보정치
가장 먼저 쟁점이 된 것은 검찰이 증거 자료로 제출한 시국선언 압수수색에서 가져간 자료와 민주노동당 투표 사이트 검증 기록의 증거능력 여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홍승면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영장은 압수대상물을 시국선언에 관련된 것으로 제한했다"면서 "그런데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시국선언 재판에서도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10년 전 회의 자료까지 포함되어 있는 등 영장이 허락한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거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홍 판사는 영장전담판사 출신으로 압수수색의 요건을 법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경찰은 시국선언에 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전교조 측이 복사해 주겠다고 하는데도 "용량이 너무 많다" "장비가 없다" "전기가 나갔다" 등의 이유로 서버를 통째로 떼어 갔고, 시국선언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10년 전 자료까지 모조리 복사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로서는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것까지 압수수색을 하고 그것을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가 법원에서 망신을 당한 것이다.
또 하나 증거 능력 존재 여부로 논란을 빚은 민주노동당 투표 사이트 접속 기록에 대한 판단에서는 이를 증거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서버의 실질적인 운영 당사자인 민주노동당 측에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KT 측에만 제시한 것은 맞지만, 형사소송법 상 검증 영장을 어디에 제시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경찰이 불법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투표사이트 검증 기록을 증거자료로 인정했다.
[쟁점②] 돈의 성격... 당비인가, 후원회비인가?기소된 교사들도 매달 1만 원 또는 5000원씩 돈을 냈다는 것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쟁점은 돈의 성격 즉, 이들이 당원인가, 아니면 후원회원(후원당원)인가 하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당원 명부를 검증하고자 했으나 민주노동당은 당원 명부에 기소된 모든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당 서버에 입력하여 "해당없음"이라고 조회한 결과를 출력물로 인쇄하여 현재 당원 명단에 이들이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해 2008년 9월, 정치자금법에서 정당후원회가 폐지된 후 후원회원이었던 이들 교사나 공무원들의 자료를 모두 삭제해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분명히 현재도 별도의 서버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원 명부가 들어있는 서버를 검증할 것을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원명부 확인을 위한 당사 방문 등은 하지 않고, 변호인 측에서 사실확인을 해서 제출하기로 했다.
검찰 측은 당원관리 프로그램에 기소된 교사들의 이름이 있을 것이고, 이 당원관리 프로그램이 사실상 당원 명부이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 당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당원 명부는 정당법상 전자문서가 아니라 서류라는 점을 들어 당원관리 프로그램이라는 전자문서 또는 가상공간 자료가 당원 명부가 아니며, 거기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당원임을 증명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법상 교사와 공무원은 당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당원이 아니라 당우 또는 후원회원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만 번째 당우로 가입한 2살짜리 김아무개군에 관한 언론보도를 근거로 "그럼 이 2살짜리 어린아이도 당원이고, 형사처벌 받아야 하느냐?"고 되물어 한순간 재판정에 키득키득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들이 당원이 아니라 후원회원이었기 때문에 정당법에서 정한 당원 심사를 하지 않았고, 당연히 당원명부에도 없다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투표 사이트 접속 기록도 논란이 됐다. 검찰 측은 이들 중 상당수가 투표 사이트에 로그인되고, 이렇게 접속이 된 것 자체가 당원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투표 사이트는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민주노동당에서 별도로 투표권자로 입력을 한 사람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안내했고, 그 안내를 받은 사람들이 호기심 등으로 무엇인지 확인을 위해 접속을 했다는 것일 뿐이지 투표를 했거나 당원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 투표 사이트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로그인이 되고, 이전 접속 여부는 나타나지만 투표 여부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그 사이트는 투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사이트로 활용됐기 때문에 당원 여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많은 교사들이 민주노동당에 낸 이 돈을 연말에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세액공제를 받았고, 일부 학교에서는 이를 장려하기까지 했다. 만약, 이들이 검찰의 주장대로 불법적으로 정당에 가입한 것이라면 과연 이들 교사들이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공개적으로 선관위에 신고해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었고, 행정실에서 이를 장려하기까지 했겠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당원이냐, 후원회원이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간 가운데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이 사건 유무죄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쟁점③] 당원 가입은 면소, 후원회원은 과태료인데... 처벌 사유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