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아이들이 바라는 세상은?

등록 2010.11.17 09:58수정 2010.11.17 13:2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봉사활동을 다니는 샛마루 공부방 정문 앞에서
내가 봉사활동을 다니는 샛마루 공부방 정문 앞에서 송춘희
내가 봉사활동을 다니는 샛마루 공부방 정문 앞에서 ⓒ 송춘희

 

오늘(16일)은 샛마루 공부방 아이들과 지난 11일~12일 한국에서 있었던 G20 정상회담에 대해서 알아보고 '내가 만약 정상이 된다면!', '내가 바라는 세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했다. 

 

엄마가 태국인이거나 혹은 아버지가 방글라데시 이민자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 오전 0시까지 방직공장에서 일하며 한 달에 80만 원을 버는 저소득층가정의 아이들이라, 그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1. G20 이란? G20 이란 group 20 의 준말로 '나라의 모임'이에요. 즉 20개 나라의 모임이라는 뜻이지요. 처음에는 미국과 유럽의 몇 몇 나라들이 모였다가 지금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 오세아니아(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 등 세계 곳곳의 주요 나라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2. G20 이 왜 모여요? G20은 살림살이를 위해 모입니다. 어른들은 이걸 '경제'라고 하죠. G20에서는 중요한 기관, 즉 돈을 만드는 기관과 사용하는 기관의 책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해요. 어떻게 하면 별 탈 없이 세계의 경제 흐름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G20 모임에 참여하는 나라들은 물건을 사고 파는 일에 간섭하는 걸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부자 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이 거래를 통해 좀 더 많은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지요. 돈을 빌려준 나라는 돈을 꾼 나라가 장사를 잘해서 꼬박꼬박 이자를 갚아 주기를 바랍니다.

 

가난한 나라는 부자 나라가 물건을 많이 사줘서 자기들도 부자가 되고 싶어해요. 무역을 통해 서로 부자가 된다는 생각, 따라서 국가는 이를 규제하지 말고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유 무역주의'라고 합니다. 비슷한 개념이지만, 장사하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이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국제 무역을 하도록 편의를 봐주는 것을 '신 자유주의'라고 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G20 이야기 참조

 

3. G20에는 어떤 어떤나라가 있나요? 독일/영국/이탈리아/프랑스/대한민국/일본/중국/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오스트레일리아/러시아/터키/유럽연합/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미국/캐나다/인도/인도네시아입니다.

 

위의 내용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를 나누고 '만약 내가 각국의 정상이 된다면....', '내가 우리나라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나라를 바라는지......' 아이들에게 묻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힘들 것 같았던 내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아이들은 한꺼번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었고 그 내용도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놀랐다.

 

경찰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인 지훈(가명)이는 무려 아홉 가지 이야기를 썼다. 그 중에서 다음의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나는 내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면 무슨 세상을 만들까 하고 생각해보았다....(중략)

다섯째 뇌물이나 로비에 관련된 사람들을 가차 없이 구속할 것이다. 만약 그 사람들도 갇혀있으면서 가족들을 못 만나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혜원이(가명)는 이렇게 썼다.

"G20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나는 내가 국가의 대표면 어떤 나라를 만들까? 생각해보았다.

우선 북한 사람들과 통일을 할 것이다. TV에서 보니까 이산가족들이 몇 십 년 씩 떨어져서 살다가 최근에 만나서 우는 것을 보니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경제를 엄청 좋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처럼 돈이 없어서 학원에도 못 가고 맛있는 것도 못 사먹는 아이들에게 다 사 줄 것이다. 셋째는 초등학교는 학교에서 공부만 하고 학원이나 과외 활동은 절대 못하게 할 것이다. 어차피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또 공부해야하는데 지금부터 너무 시달리면 아이들이 힘드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제발 인종차별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친구들이 나에게 '깜띵' '얼굴 이상한 애'라고 놀리면 정말 죽고 싶다. 낸들 그렇게 까맣게 태어나고 싶었나! 친구들이 내가 얼굴이 좀 까매도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고 재미있게 해주면 좋은 텐데... 짜증나는 일만 생기면 나를 놀려댄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맘 놓고 학교 다니고 놀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거다. 이 네 가지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정말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민주(가명)는 이렇게 썼다.

"(서문 생략) 나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 통일을 시킨다면 더 이상 가족이 떨어져서 울면서 TV에 나오는 일이 없을 것이고 전쟁이 나서 다치거나 죽는 일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아무리 통일이 되어도 피부색이나 모양이 다르다고 미워하고 싫어한다면 통일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이 엄청 빠른 세상이 오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말만 하면 컴퓨터가 알아듣고 빨리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말할 텐데. '야! 어서 오늘 숙제로 나온 것 어디에 있는 지 찾아봐! '라고. 헤헤헤 물론 이 세 가지가 이루어지는 일은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우리 모두 자기 일을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는 모든 것이 이루어 질 것이다."

 

두 시간의 짧은 수업시간이 끝났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래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자"는 이야기와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책을 읽고 학교 생활 열심히 하기로 손가락 걸고 약속하면서 공부방을 나섰다. 석양이 지는 성수대교를 건너며 공부방 아이들을 생각해본다. 비록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생각과 마음은 이미 글로벌 리더들이었다.

 

"그래, 너희가 원하는 세상이 꼬옥 이루어지길 기도할게. 너희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한 꼭 그런 세상은 반드시 올 거야!"

 

겨울의 길목에서 또 다른 새순을 틔우기 위해 낙엽을 모두 떨어뜨리고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처럼 그들은 오늘도 희망을 품고 내일을 향해 살아가고 있었다.

2010.11.17 09:58ⓒ 2010 OhmyNews
#샛마루 공부방 #G20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