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샤왈라모터나 자전거가 아닌 손으로 끄는 인력거
김솔미
어찌 됐건 지금 나는 달리는 사이클릭샤에 앉아있다. 젊은 릭샤왈라의 맨발에 묻은 흙 때는 이젠 씻어도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 발로 페달을 쉴 새 없이 밟는다. 삐쭉이 솟아있는 돌부리도, 움푹 파인 물웅덩이도, 심지어 곳곳에 널린 동물의 배설물도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단단한 팔뚝 자랑까지 하는 걸 보니 오히려 활력이 넘쳐 보인다. 손님을 안심시키려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축축이 젖어가는 그의 등이 보인다. 제발, 오르막길이 나오지 않기만을 빌고 또 비는 수밖에.
다른 도시에서도 사이클릭샤를 탈 기회가 간혹 있었지만, 절대 타지 않았다. 혹시라도 탈 기세가 보이면 어김없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기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위함이 아닌 것 잘 알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못 본 척 도망쳐 버리는 거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은 게 고작 나란 인간이니 어쩌겠나. 머나먼 타국에서 이토록 비겁해지는 내 자신과 수도 없이 마주쳐야한다는 사실은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불편한 일이다.
- 여행에서 돌아온 뒤, 꼴까따 인력거꾼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 '시티 오브 조이'를 봤다. 구걸이 아닌, 일을 해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음에 감사하던 영화 속 릭샤왈라들의 모습은, 바라나시에서 만난 단단한 팔뚝의 릭샤꾼를 떠올리게 했다. 순간, 생계를 위해 숭고한 노동을 하는 그에게 싸구려 동정을 들켜 버린 일이 그리도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
타지마할을 눈앞에 두고 돌아가다니? '타지마할은 금요일에 쉽니다'인도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면적을 가진 나라다. 그 때문에 거대한 영토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얘깃거리다. 도시 안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릭샤나 택시, 로컬버스를 이용하지만,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할 때는 비행기를 타거나 지역에 따라 슬리핑버스 혹은 기차를 타게 된다. 밤에 이동하는 버스나 기차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현지인과 얼굴을 맞닿고 지낼 수 있는 기회-거의 유일한-이기도 하다.
단 문제가 있다면, 인도의 기차는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24시간을 꼬박 기차나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할 경우도 있으므로, 머무는 기간에 따라 효율적인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일주일의 일정으로 인도에 왔지만 결국 못 보고 돌아갔다는 어느 여행자의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자꾸만 연착되는 기차 때문에 일정이 밀린 데다, 도착한 날이 마침 휴관이었던 거다(타지마할은 매주 금요일 휴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곳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기차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을 꼭 한 가지씩은 갖게 된다. 나라고 그런 경험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