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천대 시민사진전'에서 사진을 설명하고 있는 지율 스님.
최지용
결국 그날의 점심식사가 '마지막 만찬'이 되고야 말았다. 지난 9월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골재노동자들과 함께 뗏목을 타고 낙동강의 '제1비경'이라고 하는 경북 상주 경천대에 도착했을 때 금빛 모래톱 위에서 우려했던 일이다. (관련기사 :
경천대 모래톱에서의 만찬 "이게 마지막 식사일 수도")
걸을 때마다 따뜻하고 고운 모래가 맨발을 감싸 이른 아침 이불 속처럼 포근했던 모래톱 위에는 중장비의 궤도자국만 선명하다. 지난 10월부터 경천대 구간의 4대강 사업 공사가 시작됐고 모래톱은 서서히 잘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한 스님이 서있다. 모래톱 위에 서면 스님은 항상 맨발이 된다. 언제나 투박하고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려 경천대의 풍경을 담는다. 지율 스님이다. 스님은 지난해 11월 상주에 거처를 마련하고 '아직 살아있는' 낙동강을 기록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그런 지율 스님은 경천대마저 굴착기가 할퀴기 시작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 경천대를 주제로 하는 사진전을 준비했다. 스님은 낙동강 제1비경이 훼손되는 광경을 매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은 "4대강 사업을 정확하게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눈'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갤러리 '나무'에서 열리고 있는 '경천대 시민사진전'을 찾아 지율 스님을 만났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운동 하자"지율 스님은 기자를 보자마자 자신의 노트북을 들이밀었다. 바로 하루 전날인 11일, 경천대 공사현장 사진이다. 스님은 강한 바람으로 잠시 중단됐던 경천대 현장의 공사가 재개됐다는 소식을 듣고 또 천리 길을 다녀왔다.
스님이 사진을 넘겼다. 같은 장소지만 다른 사진이 나타났다. 보리의 싹이 파랗게 솟아난 경천대의 봄 풍경 사진이다. 다음 사진은 황금색으로 물든 밀밭 풍경이다. 스님은 "이 사진을 꼭 같이 비교해서 보여주세요"라고 기자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