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연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혁신학교를 위한 우리학교 교사 모임, 그 첫 번째 이야기

등록 2010.11.12 20:18수정 2010.11.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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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부천교육지원청에서 공문 하나가 왔다. 교육연구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임을 만들어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워낙 이런 식의 공문이 많았기 때문에 대충 훑어보다가 갑자기 "혁신교육"이라는 글자가 확 눈에 들어왔다. 이틀 후 우리 학교에는 "부천혁신학교 새싹모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혁신교육 연구회 모임 하나가 생겼다.

왜 혁신학교 연구 모임에 들어오셨어요?

내가 모임에 참여한 이유는 내 수업과 우리 학교에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수능대비용 강의식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하나씩 둘씩 잠 속으로 달아나 버린다. 애원도, 협박도, 그 어느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처음에는 학생들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닌 걸 알게 되었다. 수업 결손이 오래 누적된 학생들은 내가 쓰는 쉽고 일상적인 용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업에 흥미를 잃었고 잠으로 도피했던 것이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며 함께 데리고 가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어쩔 수 없이, 미친 듯이 진도만 나가고 있다.

"아.. 저는 양언니(우리 모임의 회장 선생님)가 갑자기 전화하셔서 "들와라!" 하셔서요. 뭐.. 학교의 변화를 꿈꾼 거지요. 이대로는 내가 있을 존재 이유가 뭘까 싶어서.. 교사가 변해야 아이들이 변하고 학교가 변하지 않겠어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로 회피할 수는 없고.... 관료적 폐쇄주의에 물들어갈 수도 없고.... 함께 '희망'을 찾고 싶었겠지요."

"지금과는 다른 학교문화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서로가 소통하는 학교문화 말이에요. 그리고, 학부모, 교사, 학생이 서로 책임지는 교육이 되기를 바라고, 교사만이 아닌, 학생만이 아닌,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학교 사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혁신학교를 만들면 그 학교로 가고 싶어요. 그런데, 정작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 모임을 통해 혁신학교에 필요한 준비된 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왜 혁신학교 연구 모임에 참여했냐고 물었을 때 선생님들은 이런 대답을 돌려주었다. 이들도 나처럼 현재의 학교 문화에 답답함을 느끼고, 의욕을 잃고 잠속으로만 달아나는 학생들을 위해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고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첫 연구 과제 - 핀란드의 교육


첫 모임에서는 우리는

1. 소통이 잘 되고 교사와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학교
2. 민주적인 수업과 자율적인 방과 후 수업이 이루어지는 학교
3. 야간자율학습과 강제 보충수업이 없는 학교

를 지향점으로 삼고 방법을 강구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활동으로 우리는 우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핀란드식 교육에 관한 연구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에르끼 아호의 핀란드 교육개혁 보고서>, <핀란드 교육혁명>, <핀란드 교실혁명>, <핀란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4권의 책을 읽었다. 이 책들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은 부럽다! 와 가능할까? 였다.

핀란드는 발트해 동쪽에 위치한 나라로 과거에는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던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이 나라도 외국의 침략을 받은 적도 있고,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되었다는 동질 의식도 강한 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산업화, 이촌향도 등의 변화도 겪었다.

이런 내용을 읽어보면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도 보이고, 이 나라가 성공한 방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내용을 읽고서는 절망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에르끼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은 핀란드의 교육 개혁이 성공한 배경으로 좌파 정권의 등장, 노동조합의 성장, 신뢰하는 문화 등을 들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

좌파 정권에게 핀란드 사람들은 평등교육을 요구했다. 핀란드 학생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이 부분부터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 나라는 낙오되는 아이가 없도록 도와주는 평등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룬 나라인 것 같다. 중도우파마저도 공산주의로 보고, 공산주의자가 했던 주장은 모두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평등 교육이 가능할까?

우리로 치면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가 노동조합의 성장을 교육개혁의 배경으로 보는 것도 놀라웠다. 노동조합이 성장하면서 "월급을 올려 달라!"가 아니라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 것이 교육 개혁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이라면 무조건 불온시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보니, 노동조합의 성장이 교육개혁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신뢰의 문화" 부분을 읽고서는 절망을 했다. 핀란드는 청렴한 나라, 부정부패가 거의 없는 나라라고 한다. 그러기에 월급의 44%를 세금으로 내고도 불만을 갖지 않는 것이고, 국가는 그 세금으로 무상교육, 무상급식, 양질의 교육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라면 이것이 가능할까?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과연 국민들이 기꺼이 세금을 납부할까?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올바르게 쓸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에 전국적인 조세거부 운동이 일어날 것 같다.

핀란드 교육에서 마음에 드는 점은

핀란드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인문과정과 직업과정으로 일찍부터 나누어 가르쳤는데, 교육개혁 이후 이 체제를 바꾸었다고 한다. 9년간 의무교육인 종합학교(초등학교+중학교 과정)를 다닌 후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 고등학교, 직업 교육을 목표로 하는 직업고등학교를 선택하여 진학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는 대학교나 폴리테크닉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한다. 학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방식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아주 많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나라와 정말 많이 달랐다.

교육개혁 이후 핀란드는 통합교육을 해 왔다. 통합교육은 학생들을 성적별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장애를 가진 학생의 통합교육도 포함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실 모습과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의 학습 성취 속도에는 차이가 나는데, 여기에서 우리나라 교육과 핀란드 교육의 다른 점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교실은 수업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버리고 이해한 학생만 대상으로 계속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지 않으면 진도를 나가지 못해 대다수 학생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핀란드는 달랐다. 핀란드에서는 경쟁을 스포츠에서나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교육에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기에, 모든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기다려준다.

핀란드 교육의 평등은 교육을 받을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내용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평등이다. 공동체 안에서 배제되는 아이가 없도록 배려해 줘야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교육을 대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오늘도 수업을 들으려 노력하다 결국 잠들고만 내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같은 시험이 없는 것도 놀라웠다. 핀란드의 학생들은 대학 입학시험을 제외하고는 전국단위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사는 자율성을 가질 수 있고, 수업내용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래도 핀란드 학생들은 국제학생성취도평가(PISA)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전국단위 시험을 단 한 번도 치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한국에서의 적용가능성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 나라는 인구가 적어서 가능한 거다. 학급 당 학생 수가 20명 정도라서 가능한 거다. 선진국이라 가능한 거 아니냐. 우리처럼 대학에 목매는 나라가 아니라서 그런 거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 나라도 교육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라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핀란드도 교육개혁 이전에는 학교가 우리나라처럼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살만큼 산다. 등의 반론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단일민족이며, 공동체를 중시하기에, 이 나라의 성공 모델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핀란드식 교육에 대해 처음 탐색해 보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에 대해 처음 고민해 보았다. 우리의 작은 모임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개혁이나 혁명은 단 한 번의 시도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전의 많은 시도와 노력과 실패를 발판삼아 일어났다. 다음 번에는 부천의 원종고등학교에서 추죄하는 혁신학교 사례 발표를 들어보고, 대안학교 및 다양한 교육운동에 대해 탐구해 보기로 한 후 모임을 마쳤다.
#혁신학교 #핀란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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