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각국 정상들이 합의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유성호
빈 수레는 역시 요란했다. 또 의장국으로서 노력은 했지만 한계를 절감한 회의였다. 일부 외신은 'Empty words(빈말들)'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그들만의 잔치'로 일컫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12일 막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역사적인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환율 갈등을 둘러싸고 G20 정상들은 자국 이익에 맞춰 첨예한 입장 차를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또 환율과 함께 핵심 이슈였던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 등도 예상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단지 '내년 상반기까지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선언적 구호로 마무리하고, 내년 11월께로 예정된 프랑스 G20 칸 회의로 논의를 미뤘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과 함께 '글로벌 금융안전망', '개발' 등 다른 의제 역시 지난 10월 경주 회의 선언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결국 이날 발표된 '서울선언'은 구체적인 성과없이, 경주 선언의 재탕과 함께 또 한 번 화려한 말잔치로 끝이 났다.
MB "환율전쟁 벗어났다"... 역풍 맞았던 윤증현 전철밟나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 핵심은 역시 환율 갈등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결과적으로 환율 전쟁에서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지난 경주 재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전쟁은 끝났다"는 말을 되풀이한 셈이다.
하지만 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곧장 '성급한 발언'이라는 역풍을 맞았고, 이후 세계 경제는 환율 갈등의 골만 더 깊어갔다. 정부는 당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과 함께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 등을 성과로 들면서, 환율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경주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일본과 캐나다 등에선 환율개입 발언이 이어졌다. 또 지난 3일 6000억 달러의 미국 양적완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는 또 다시 '환율 전쟁'에 휩싸였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환율 갈등과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에 대해 회원국 간 격론이 오가면서, 회원국 간 첨예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특히 미국이 내세웠던 선진국과 신흥국사이의 무역수지를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지하자는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선, 중국을 비롯해 독일 등 선진국에서조차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반박할 정도였다.
환율조정 등 민감 이슈 합의 실패... G20 한계 그대로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