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의병장 임병찬 선생과 의병 35인 충혼제. 헌례를 올리는 장면입니다.
조종안
엊그제(10일)는 아침을 미숫가루로 대신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한말의 대표적인 항일의병장 임병찬(1851-1916) 선생과 의병 35인 충혼제 참석을 위해서였다. 일주일 전 초청장을 받고, 우리 고장에도 이렇게 훌륭한 분들이 계셨구나! 하고 놀라며 달력에 메모해 놓았었다.
아침에 초청장을 보낸 군산문화원 이진구 사무국장에게 전화하니까 이복웅 문화원장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바로 전화를 걸어 충혼제가 열리는 장소까지 동행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환영한다면서 오전 11시 시작이니까 맞춰서 오란다. 오전 10시10분까지 사무실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마을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군산문화원 부근 정류장까지 갈아타지 않고 45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지루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창으로 스치는 거리 풍경은 물론이요, 어쩌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버스에서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자주 대하기 때문이다.
버스가 군산문화원 부근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55분. 약속시각보다 일찍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이 원장이 기다렸다는 듯 반겨주었다. 그는 임병찬 선생 생가와 가까운 상평초등학교 교정에서 (충혼제를) 치르려다 날이 추워 옥구초등학교 강당으로 옮겨 준비했는데 봄날처럼 따뜻하다며 웃었다.
시간이 없어 커피도 한 잔 마시지 못하고 이 원장 승용차를 타고 옥구초등학교로 향했다. 임병찬 선생 충혼제를 언제부터 지냈느냐고 물었더니 올해가 두 번째라고 했다. 한말의 대표적인 의병장을 어째서 이제야 알았는지 궁금했지만, 운전하는 분에게 자꾸 물어보기도 그랬다.
옥구초등학교 강당에 도착하니까 (사)한국차문화재단 회원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와 참석자들에게 전통 녹차를 대접하고 있었다. 진혼풀이와 농악, 민요, 한량무를 공연할 예술단원들은 식전공연 리허설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분하고 경건하게 치러진 충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