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건설 장면
성낙선
연륙교로 연결이 되어 있는 섬이란 게 대부분 난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대체로 평지보다는 높은 언덕과 산길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 머리 속에는 섬이 사실은 섬이 아니라 '바다 위에 솟은 산'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박혀 있다. 오늘 내가 가야 하는 길에 백일도라는 섬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섬이 고흥반도에서 만나는 마지막 난코스가 되는 셈이다.
백일도 가는 길에 신곡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할머니 두 분을 만난다. 두 분 중 한 분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는 내게 던진 첫마디가 '추운데 뭐 하러 그러고 다니냐'는 타박이다. '자전거를 타면 추운 줄 모른다'고 했더니, '그래도 마스크는 하고 다니라'고 한다. 어머니들 잔소리는 왜 이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
어딜 가나 '추워서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그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이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40일 넘게 자전거여행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면, 장하다는 생각보다 안쓰럽다는 생각이 앞서는 게 당연지사다. 그래서 요즘은 누가 '며칠째 여행을 하고 있는 거냐?'는 질문을 하면 '얼마나 됐을 것 같냐?'고 대충 얼버무리거나 날짜를 대폭 줄여서 대답을 하곤 한다.
두 분 어머니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한동안 내륙 지역을 달리다가 백일도로 들어가는 길에서 다시 바닷가로 내려선다. 그러면서 주변 풍경도 확 바뀐다. 산과 구릉으로 막혔던 시야가 바다를 향해 열리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 풍경 역시 바다가 내비치는 푸른빛만큼이나 깔끔하고 청량한 분위기로 뒤바뀐다.
그곳의 포구가 크지 않아서 좋다. 그 마을에 딱 알맞은 크기다. 포구 너머로 백일도로 넘어가는 짧고 낮은 다리가 보인다. 다리 또한, 그 마을 그 포구와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그 다리가 사람 머리카락 쭈뼛해질 정도로 높게 치솟은 형세가 아니어서 좋다. 그래도 이름만큼은 다른 연륙교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는지 '백일대교'라고 써 붙였다.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