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게스트하우스
최지혜
언젠가부터 게스트하우스가 궁금했었다. 서울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향기가 전해지는 종로쪽에는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서울게스트하우스 목판이 걸린 골목을 따라 들어가본다.
대문앞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낯설지가 않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어릴 적 우리집은 한옥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거의 20년을 한옥살이를 했다. 할머니는 손수 마당에 있는 텃밭을 가꾸셨고, 할아버지는 취미삼아 뚝딱뚝딱 리모델링에 열을 올리셨다.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부러워 "왜 우리는 한옥에서 살아야하냐?"고 부모님께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젠 한옥이 그리워진다. 보일러가 없어 물도 끓여 사용해야하고, 화장실도 대문옆이라 밤에는 화장실 가기가 무서웠다.
할아버지가 손수 지으신 욕실에서 샤워를 할라치면 수많은 귀뚜라미와 눈치전쟁을 해야했다. 너무 불편한 한옥생활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루에 앉아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할머니와 콩나물을 다듬던 기억,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들과 마당에서 뛰놀던 기억, 아빠가 잡아온 도둑고양이가 나무를 박박 긁어대던 기억, 무화과가 열릴 때면 항상 따서 먹이려던 할아버지를 귀찮아하던 기억 등 소소한 즐거움으로 새겨진 소중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안으로 들어가 주인장한테 허락을 구하고 조용히 하우스를 둘러본다. 화장실도 같이 써야하고, 구비된 용품도 없어서 외국인들은 생활이 불편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곳의 문화를 알고가야 진정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어디서나 흔한 호텔보다는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옥을 베이스캠프로 선택하는 게 좋을 것이다. 며칠간의 불편함쯤이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면 말이다.
또한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들은 내국인에게도 허락이 된다. 한옥생활을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조용한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추천한다. 명색이 한국인인데, 한옥을 모르면 쓰나?
집을 나서는데 마루밑에 자리잡고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는 삽살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꿈쩍을 하지 않을 정도로 숙면중이다. 요녀석!!! 자기 몸에 딱 맞는 잠자리를 찾았구나.
계동에는 소개한 서울게스트하우스 외에도 골목마다 다양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시설에 따라 약간의 가격대 차이는 있으니 충분한 정보조사를 한 후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