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차분하던 실내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김갑)가 9일 사천시 축동면에 있는 경남도립정신병원과 경남도립노인전문병원을 방문해 벌인 현장 의정활동 장면이다.
김경숙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경남도로부터 두 병원을 수탁 운영하고 있는 의료법인 순영병원을 향해 "(노조원들에게) 식당에서 밥을 못 먹게 한다는데, 어찌된 일이냐?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심각한 노동탄압이자 인권탄압"이라고 말했다.
이에 순영병원 측은 "병원 내 식당 쪽 일부 건축물이 불법건축물로 지적 받아 철거되자 식당 아줌마들이 화가 좀 나서 한 일로 보인다"는 요지로 답변했다.
그러자 질문을 했던 김 의원뿐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의 심규환 의원과 원경숙 의원이 나서서 병원 측을 질타했다. "불법건축물 고발을 노조 쪽에서 했는지도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설령 고발했다고 치더라도 그런 일로 일부 직원들이 병원 내 식당에서 밥을 못 먹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나아가 그런 상황을 식당 조리원들 탓으로만 돌리고 관리자는 모른다고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보탰다. 문화복지위원들은 이날 병원 측 업무보고를 받기 전 순영병원노조 최희성 지부장을 불러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순영병원 노조 측에 확인한 결과, 순영병원 노조원들은 지난 10월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병원 내 식당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려다 제지를 당해 식당 바깥 로비에서 식사를 했다. 로비에는 누군가가 미리 식탁 2개를 마련해 놓았다.
이에 노조 측은 처음에는 강력히 반발했으나, 직원 간 마찰 과정에 불미스런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지금까지 식사를 병원 바깥에서 하거나 도시락 또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알렸고, 인권위는 지난 5일 순영병원을 방문해 관련 내용을 조사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와 경남도의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10일 현재 이런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은 이날도 점심식사를 바깥에서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도의회 문화복지위 소속 위원들은 순영병원에 대한 이어진 질의에서 "순영병원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노사갈등에 있다"며 병원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노조를 잘 끌어안을 것을 주문했다. 이에 황성균 순영재단이사장은 처음에는 "노조와 손잡고 가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을 거푸했으나, 말미에서는 "위원들보다 내가 더 우리 직원들을 사랑한다"며 노조와 대화창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순영병원 측은 이날, 올해 초 있었던 국가인권위의 결정문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부당청구액 환수와 과징금 부과, 그리고 사천시보건소가 지난 10월12일 불시 점검한 뒤 의료인력 부족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소명했다.
먼저 인권위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의 약식 선고를 받은 부분과 관련해, 고의성이 없었고 환자 보호자에게 사전에 통지했음을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또 심평원으로부터 부당청구액 환수와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의료법 제39조에 따라 재단 내 병원 간 인력, 시설, 장비의 공동사용 협정을 맺은 뒤 이미 심평원에 신고한 상황임을 강조하며, 관련 내용을 심평원에 의견제출 했다고 보고했다.
끝으로 사천시보건소가 의료인력 부족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서는, '의료인력 부족은 조사시점 순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간 재원환자와 의료인력을 평균하여, 지적 전일 기준으로 미달할 때 처분할 수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해석임을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1.10 20:33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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