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에 숨 막혀... 낙동강사업 때문에 못살겠다"

밀양하천경작자생계대책위, 경남도청 항의 방문... "비닐하우스 농사에 치명적"

등록 2010.11.10 14:31수정 2010.11.1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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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낙동강)사업 준설공사 현장 주변 주민들이 바람을 타고 온 모래와 흙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대책이 세워질 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8~9일 사이 경남 일원에 세찬 바람이 불면서 밀양, 창원, 창녕, 합천 일대 낙동강사업 공사장 주변에서는 '황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흙먼지가 날아다녔다.

 

특히 낙동강사업 17공구 본포교(창원~창녕) 주변에는 세찬 '모래바람'이 불었다. 덤프트럭 기사들이 작업을 못할 정도였는데, 공사업체측은 9일 오후 동안 작업을 중단해 트럭 60여 대가 멈추었다. 공사업체는 10일 아침 바람이 잦아들면서 공사를 재개했다.

 

 10일 낙동강사업 공사 현장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으로 밀양 하남읍에 정차해 놓은 차량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10일 낙동강사업 공사 현장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으로 밀양 하남읍에 정차해 놓은 차량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이영학
10일 낙동강사업 공사 현장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으로 밀양 하남읍에 정차해 놓은 차량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 이영학

 

 4대강사업 구간 '모래바람'으로 피해를 본 밀양하천경작자생계대책위 주민들이 10일 오전 경남도청을 항의 방문해 강병기 정무부지사와 임근재 특보를 만나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4대강사업 구간 '모래바람'으로 피해를 본 밀양하천경작자생계대책위 주민들이 10일 오전 경남도청을 항의 방문해 강병기 정무부지사와 임근재 특보를 만나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윤성효
4대강사업 구간 '모래바람'으로 피해를 본 밀양하천경작자생계대책위 주민들이 10일 오전 경남도청을 항의 방문해 강병기 정무부지사와 임근재 특보를 만나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 윤성효

 

주민들은 겨울을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북풍이 불어오는 겨울 내내 낙동강 주변 주민들은 '황사 바람' 고통을 계속 당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강바닥 준설 현장과 농지리모델링 현장, 모래 적치장 등에 방지막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고, 방지막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바람에 날려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양대책위 "낙동강사업 때문에 주민들이 못살겠다"

 

밀양하천경작자생계대책위원회(위원장 하원오)는 10일 오전 경남도청을 항의 방문했다. 낙동강사업 17공구는 경남도가 맡은 사업구간이다. 경남도는 국토해양부에 '보 건설과 지나친 준설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국토해양부는 경남도가 갖고 있는 '낙동강사업권'을 회수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책위 김용득 사무국장과 이영학씨는 이날 강병기 정무부지사와 임근재 정무특보를 만나 "낙동강사업 때문에 주민들이 못살겠다"며 "당장 공사를 중단하고 모래 방지막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10일 낙동강사업 준설공사 현장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으로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소재 정자에 세워놓았던 차량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10일 낙동강사업 준설공사 현장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으로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소재 정자에 세워놓았던 차량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이영학
10일 낙동강사업 준설공사 현장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으로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소재 정자에 세워놓았던 차량에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 이영학

 

대책위는 11월부터 바람이 불면서 낙동강 주변 주민들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낙동강 준설 현장과 농지리모델링 현장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눈과 코, 얼굴을 공격해 아프고 눈물이 나고 숨을 쉬기 힘들고 구토까지 일어날 정도였다는 것.

 

모래바람은 겨울 비닐하우스 농사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밀양 일대에는 대규모 비닐하우스 단지가 들어서 있는데, 모래가 비닐하우스 겉면을 뒤덮으면 일조량이 줄어 농작물 생육에 지장이 생기고 환기할 때 모래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잎이 말라 죽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

 

이영학씨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도 낙동강사업 현장에 가보면 준설로 인해 모래먼지가 심하다"면서 "공사를 하면서 아무런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다. 방지막도 없다보니 모래바람이 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비닐하우스 환기를 하면 모래가 안으로 들어가 작물에 바로 영향을 끼친다. 일조량도 줄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생육에도 지장을 준다"면서 "낙동강 전체 공사 현장이 넓은데 걱정이다. 모래바람으로 인한 피해 조사를 해서 보상을 해야 하고, 당장에 공사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득 사무국장은 "4대강사업도 좋지만 사람부터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강 주변뿐만 아니라 제법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모래바람이 불었다"고 말했다.

 

 8일과 9일 사이 낙동강에 세찬 바람이 불어 4대강정비사업이 한창인 낙동강 일대가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사진은 낙동강선원에서 바라본 본포교 상류 '모래섬'의 준설 현장.
8일과 9일 사이 낙동강에 세찬 바람이 불어 4대강정비사업이 한창인 낙동강 일대가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사진은 낙동강선원에서 바라본 본포교 상류 '모래섬'의 준설 현장.낙동강선원
8일과 9일 사이 낙동강에 세찬 바람이 불어 4대강정비사업이 한창인 낙동강 일대가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사진은 낙동강선원에서 바라본 본포교 상류 '모래섬'의 준설 현장. ⓒ 낙동강선원

 

강병기 정무부지사는 "저도 농사를 지어봐서 안다. 모래바람은 비닐하우스 농작물에 영향을 끼친다. 경북지역의 경우 농작물이 말라 죽었다는 보도도 보았다"면서 "지금은 미묘한 시기다. 당장 공사를 중단하면 정부에서 사업권을 회수해 가버릴 수도 있다. 주민 피해가 없어야 하는데,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임근재 특보는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도지사한테 보고해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모래바람' 피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에도 민원을 제기해 대책 수립을 요구할 방침이다.

 

대책위는 이날 낸 자료를 통해 "모래바람에 대한 대책이 완벽하게 수립될 때까지 낙동강 준설공사를 중단할 것"과 "모래바람이 일어나는 강바닥, 농지리모델링 현장, 모래적치장 등 모든 모래더미를 방지막으로 덮을 것"을 요구했다.

2010.11.10 14:31ⓒ 2010 OhmyNews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사업 #모래 바람 #강병기 정무부지사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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