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장관이 교과부메일링을 하는 교사들에게 보내는 긍정의 편지입니다. 장관이 직접 현장과의 소통을 위해 블로그도 만들고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신은희
사실 책을 구할 기회는 전에도 있었다. 9월 29일, 교과부장관 정책담당비서관이라며 전화가 왔다. 장관이 선생들에게 보낸 전체 메일에 내가 답장을 썼고, 쓰면서 4, 5학년 학습 결손을 보충할 교재가 없다고 적었는데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것이다. 비서관에게 제발 이번에는 책을 좀 보내달라고 하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일주일쯤 지나 장관 비서실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대뜸 우리 학교에서 필요한 부수가 얼마냐고 물어본다. 이유를 물어보니 전국 학생들에게 책을 주려면 5억원이 필요한데 예산이 부족해서 우리 학교만 인쇄해준다는 것이었다.
교과부 비서실 "예산이 부족해서"... 교과부에 5억원이 없다구요?너무 기가 막혀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일선 학교에서도 예산이 부족하면 사업을 다시 점검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긴축재정으로 급한 일을 해결하는데, 교과부에서도 가능한 방안을 찾으면 되지 않느냐?""돈도 돈이지만 전국에 인쇄해주는 것에 대한 의견이 다 다릅니다. 어떤 장학사는 당연히 해 줘야 한다고 하고, 어떤 장학사는 해 줄 필요가 없다고 하고요.""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고, 아이들이 배워야 할 내용인데 당연히 교과부에서 책을 주셔야지요.""그러면 좋겠지만 예산이 부족해서요. 그래서 선생님 학교에라도 인쇄를 해드리고 싶습니다.""우리 학교만 해주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예산편성해서 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이런 사실을 잘 알지도 못하고 있는 학교들이 많아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있을까봐 그 동안 문제제기를 한 겁니다.""물론 전국 학생들에게 주면 좋지만, 한 학교라도 문제를 해결하면 좋지 않겠어요? 장관님이 현장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시는데요.""됐습니다. 우리만 하는 건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이 말을 들은 동료 교사들은 젊은 장관이라 세세한 데까지 관심을 쏟는 줄 알았더니 결국 이렇게 나오냐며 실망한 모습들이다. 교육과정 심의회에 참여한 선배교사는 기가 막혀 하며 "나라가 맞냐?"고
한소리를 했다.
교과부의 학습권 침해는 어떻게 해결하나?교과부는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위해 2%인 학습부진아를 골라낸다며 전국 일제고사에 해마다 170억 원 이상을 쏟아왔다. 시·도별로 채점하느라 들어가는 돈만해도 수십억원이다. 그런데 교과부가 교육과정을 바꿔놓고 죄 없는 초등학생들에게 책도 안주고 어려운 내용을 해결하라고 한다. 교과부가 나서서 부진아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교과부의 직무유기이고, 학습권 침해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학교 골라가며 책 주겠다는 건 학생들을 차별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인가?
교과부는 그동안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연가투쟁을 한 전교조 교사에게 학습권 침해 운운하면서 징계를 했다. 사전에 수업을 조정해 수업을 못받은 학생들이 없어도 무조건 학습권 침해라며 징계를 밀어붙였다. 그런데 정작 교과부가 나서서 수업을 못하게 하는 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교과부가 본인의 학습권 침해는 어떻게 해결할지 전국의 교사와 학부모는 궁금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2010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습결손 문제를 해결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관님도 이 사실을 아신 이상 한 명의 아이들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과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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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장관님, 이런 '특혜'는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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