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맨'이 시민들로부터 제안받은 문구를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서울 하늘에 쏘아 올렸다.
아이라이크서울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치적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이번에 광화문 광장에 헬륨풍선 띄우는 영상을 보니까 경찰과 마찰도 있었던 것 같더라. "다행스럽게도 헬륨풍선이 좋은 게 법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이 없다는 거다. 집회처럼 여러 명이 하는 게 아니라 혼자 하는 거고, 또 헬륨풍선을 (특정장소에) 설치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된다. 그런데 저희는 (헬륨풍선을) 설치하지 않고 가지고 걸어 다닌다. 유희를 위한 헬륨풍선이 좀 더 커졌을 뿐이다."
- 세종대왕상 옆에 헬륨풍선을 띄우기로 한 이유는 뭔가? "의도 자체는 복합적이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알리기 위한 것도 있고, 공간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세종대왕은 존경하지만 세종대왕상은 싫다. 이순신 장군상도 60~70년대 군사정권을 정당화시키는 상징물로서 자리를 잡았고…. 서울광장, 청계천만 해도 안 그런데 광화문 광장은 세종대왕상이 자리를 잡음으로 해서 일종의 파놉티콘 느낌도 들고, 그 공간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하나의 주체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이 공간이 참 행복하다, 평화롭다'를 보여주는 하나의 오브젝트(물체) 같은 느낌이 든다. 평화로운 하나의 풍경 속에 시민들이 박제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청계천이나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가장 많이 받는 반박이 '그 공간을 즐기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지 않나'라는 의견이다. 그런데 이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다른 의견'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피켓이나 그런 건 기존에 해왔던 방식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라면 어떻게 이러한 생각을 가시화시켜서, 세련되게 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 헬륨풍선 띄우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나 "한 번 띄우는데 35만 원 정도 든다. 헬륨 가스통도 대여해야 하고. 헬륨풍선이 불법적이지도 않고 장소의 주목도 높아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더라. (서울광장에 크게 붙어 있는) 김연아 사진 옆에 가서도 띄우고, 매일 띄우고 싶었는데… 아쉽다(웃음)."
3년 동안 찍은 60분짜리 테이프 40~50개, 편집하지 않은 이유- 시즌1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디자인 서울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디자인으로 불행한 사람들 도와주고, 디자인 때문에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더라. '디자인 해야겠다', '디자인으로 서울을 바꿔놓고 싶다' 그래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대학교에 와서 <러브하우스>의 뒷이야기를 알고 보니까 엉망인 부분이 많더라. 소송도 걸리고…. 짧은 공사기간 동안 (디자이너가) 섣불리 개입을 했을 때, 그 공간 자체가 기능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주민들, 즉 외부와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보면서 놀랐다.
그러다가 2007년도에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디자인 수도면 제일 잘된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캠코더를 들고 인터뷰를 하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3년 동안 '디자인 수도, 서울'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가장 먼저 찍었던 건 노점상 분들이었는데 그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디자인 서울 추진) 과정에 문제가 많은 것을 알았다.
한 분은 중학생 아들이 당장 다음 달 급식비를 못 내는 상황인데 노점상이 철거가 돼서 울면서 하소연을 하시고…. (디자인 서울)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6개 구 중에 관악구에 제일 급진적으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었고 매일 물리적인 마찰이 일어나는 걸 봤다. 청계천 뿐 아니라 노점상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된 부분들이 많았다. 계속 돌고 돌더라. 동대문 디자인 파크 플라자도 논란이 많았고.
2008년 서울 디자인 올림픽 취재도 했는데 예산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서울을 디자인 수도로 선정한 익시드(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 ICSID)에 관련 자료와 함께 서울을 왜 디자인 수도로 선정했는지 알고 싶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익시드에서 답장이 왔고, 선정 당시 부회장이었던 분과 인터뷰를 주선해주셨다. 당시 그분이 일본에 계셨는데 그쪽(익시드)에서 일본에 가는 비용을 대주셨다. 이건 영상(다큐멘터리)에도 나오는 부분인데, 그분이 서울시 디자인 수도 관련해서 컨퍼런스 올 때마다 디자이너를 아무도 못 만났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하시더라. 디자인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매번 정치적인 로비로 맞닥뜨리는 게 실망스러웠다고.
그렇게 많은 분들 만나보고 문제의식 갖고 관련서적 읽고 하다 보니 인터뷰보다는 내가 행동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내가 화자가 돼서 어떻게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 다큐멘터리는 어디에서 볼 수 있나? "60분짜리 테이프로 40~50개를 촬영했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놓고는 편집을 안 했다(웃음). 그분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정리하는 방식 아니면 정리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을 통해 (디자인 서울의) 문제점을 알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다큐멘터리 촬영)에 대해서는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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