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환보유액 및 미 국채 보유액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미국 재무부
중국은 2008년 말, 2조 달러에 가까운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아시아에서의 외환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아시아 회원국에 미치는 자본 도피와 금융 교란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중국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2008년 하반기,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로 한국·중국·일본 3국이 공동으로 800억 달러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며, 2009년에는 한·중·일 3국에 아세안(ASEAN) 10개 국이 추가로 참여해 총 1200억 달러 기금을 마련하기로 한 사실은 그만큼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국제화에 열의를 내고 있음을 드러낸다.
중국은 1996년, IMF 8조국에 가입했는데 이로써 위안화의 국제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위안화의 국제화에 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계정이 아직 완전 자유화되지 않았으며, 자유태환 없이는 위안화의 국제화, 즉 기축통화로 발전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아직 일본의 엔화 또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단일통화 도입은 당장 도입하기에 현실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시아 단일통화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따라서 첫째, 역내 환율안정을 제도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방편으로 아시아 환율체계(ARM, Asian Exchange Rate Mechanism)의 도입가능성 및 도입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내 환율안정을 위한 협조개입 제도의 전형적인 예로는 유럽이 공동통화로 넘어가기 전에 과도기적인 단계로 운용되었던 유럽환율체계(ERM, 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를 들 수 있다.
ARM은 ERM에서와 같이 기준 환율을 중심으로 일정한 밴드폭 이내에서 회원국의 환율변동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때 중요한 과제가 기준이 되는 통화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와 밴드의 폭을 얼마로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기준이 되는 통화, 즉 기준통화(anchor currency)에 관해서는 특정국가의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과 달러 유로 엔으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을 사용하는 방안 및 역내무역구조 등을 가중치로 한 역내 통화바스켓을 기초로 한 아시아통화단위(ACU, Asian Currency Unit)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밴드의 폭도 처음에는 역내 경제여건에 맞게 다소 신축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유사시에 궁극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역내 최종대부자 및 감시기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로, 태국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1997년 9월 홍콩에서 개최되었던 IMF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일본에 의해서 제안되었던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을 설립하자는 안도 검토될 만하다.
AMF의 설립 주장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역내 특정국가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등 긴급한 경우에 역내 환율안정을 위하여 긴급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중국 등 특정한 국가가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동아시아 역내에 상존하는 현실적인 정치사회적 장벽을 고려해 볼 때 특정국가의 중앙은행보다 유럽의 유럽통화협력기금(EMCF, European Monetary Cooperation Fund)과 같은 지역통화기금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물론 IMF가 위기시 긴급자금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시에 경험한 바와 같이 기존의 IMF 만으로는 자금지원규모면에서 지역외환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족하므로 이를 보조하기 위한 지역통화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대체로 외환위기는 위기의 전염효과 등으로 지역적으로 발생하므로 지역내 특정국가의 외환위기의 발생과 지역내 다른 국가로의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지역단위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동아시아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고려해 볼 때 동아시아지역에서의 외환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기구 설립의 타당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CMI 다자화 합의는 AMF와 같은 역내 최종대부자 기구 설립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최종대부자에 의해서 긴급 유동성이 필요한 나라에 유효하게, 그리고 수여국의 도덕적 해이 없이 효율적으로 공급되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지역경제와 자본흐름을 감시하는 역할과 최종대부자 기능을 실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도 동 최종대부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아시아 통화 통합문제를 검토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반성과 양보가 절실하다지금까지 G20에서 논의되었던 임시 처방식의 각국 정상간 합의는 환율 갈등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특히 다른 나라에는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근린궁핍화 정책도 마다하지 않는 미국은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할 필요성이 높다.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성토할 것이라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측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 기축통화로 누려왔던 독점적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일국 중심의 통화체계에서 벗어나, 유로화에 이어 아시아 단일통화, GCC 단일통화, 남미지역 단일통화 등 지역별로 다자화된 통화체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조성하고, 세계 단일통화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시발점을 만드는 논의가 서울 정상회의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금융세계화와 미국, 백창재, 2006
달러 위기론과 국제통화질서의 현 주소, 유승경, 2009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 박번순, 2009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기축통화논쟁과 동아시아의 선택, 오정근, 2009
1985년 플라자 합의의 이행과정과 시사점, 한국은행, 2010
시스템 위험 관리를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최공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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