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군 동성애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회의장 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 문이 부서지자, 인권위 한 관계자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다.
유성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30여 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열린 8일 오후, 인권위 13층에 난입해 "군대에서 동성애 허용이 말이 되냐"며 농성을 벌였다. 회원들은 "빨갱이 새끼들을 다 잡아넣어야 해, 밥 처먹고 똑바로 해"라고 고성을 질렀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전원위 회의장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려댔고 그 결과 문이 파손됐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이 나라를 우리가 세웠어"라며 "너희들이 6.25를 아느냐"고 소리 높였다. 밀고 들어오려는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인권위 직원들이 충돌하면서 인권위 화분이 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회의를 방해하는 이들에 대해 조치하라"며 "어떤 조치든 좋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인권위에서 군대 내 동성애 문제를 다룬다고 들어, 동성애에 찬성하는 위원이 누군지 알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그간 인권위의 잘못된 것을 참았는데, 이젠 참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추 총장은 "오전 11시에 전직위원들이 위원장보고 사퇴하라고 기자회견을 했다"며 "이 모든 문제가 상임위원 두 명이 사퇴하면서 생겨났는데, 싫은 사람이 그만뒀는데 왜 이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보수 쪽에서는 인권위 문제를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며 "어버이연합의 방문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각계에서 이어진 현병철 위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싫은 사람(상임위원)이 그만뒀는데 왜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이유가 '각 세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의 독단적인 운영, 위원장과 위원들의 반인권적 사고 등 인권위에 산재한 문제들을 덮고 넘어가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