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커리어 2010 강남구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게시판을 열람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대기업 채용인원 증가' '경기 호재, 경기 회복세, 채용시장 활짝'본격적으로 하반기 취업시장이 시작된 지난 9월, 경제면 기사에서 내가 본 단어들이다. 이 기사들을 보면서 '올해는 경기가 나아져 취업이 작년보다 쉽겠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될 놈은 되고 떨어질 놈은 떨어진다'는 무서운 말은 취업시장에도 통용되는 것이었고, 취업시장의 경기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입사원서가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인적사항, 학력사항, 외국어점수, 자격증 심지어 가족사항, 부모님 학력까지 적는 입사원서.
매번 같은 것을 적기도 힘들고 비슷한 자기소개서 질문에 답변을 하기도 힘들다. 한 줄을 채워 넣기 위해 지난 대학생활 동안 흔히 말하는 '스펙'을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한줄로 평가되는 '나'에게 또 씁쓸해지는 순간이다.
질문에 답변을 채워넣으면서 '이번에는 되겠지'라는 기대감 가득한 생각과 '과연 내 것을 보기는 할까'하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 제출 버튼을 누르기까지 몇 시간을 공들여 쓴 원서를 다시 보고, 또 다시 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제출을 한다.
붙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 더 많은 현실이지만 매번 기대를 한다. '이번에는 붙겠지'라고. 그리고 한편에서는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과연 기업에서 내 입사원서를 읽기는 할지, 소위 '필터링'에 걸려 인사담당자 손에 닿지도 않고 버려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글을 위해 투자한 몇 시간들이 씁쓸해 질 때도 있다.
휴대폰 손에 쥐고 기다리는 두 글자, '합격'서류 전형 발표일이 되면 컴퓨터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오늘 발표 난다는 '카더라'는 많지만 몇 시에 발표가 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 휴대폰만 쥐고 있는 이, 다들 행동은 달라도 똑같은 마음뿐일 것이다. '합격' 혹은 '서류전형 통과'라는 글귀. 이럴 때 일수록 오는 스팸문자와 친구들의 문자가 야속하기만 하다. 내가 기다리는 문자는 끝끝내 오지 않고. 이제는 탈락에 단단해졌을 것이라 확신하던 맘도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합격' 문자를 받아도 이후 최소 두 세 개의 전형이 더 기다리고 있다. 100:1이 넘는 서류전형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이제 겨우 바다에서 난파된 배의 조각만 잡았을 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산발적으로 생겨난 인적성 검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사는 물론 대부분의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인적성 검사는 인성과 언어, 수리, 공간지각, 상식 등의 아이큐테스트와 같은 시험이다.
정확한 정보도, 선발 기준도 없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교재를 사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가보니,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가 난 지 몇 시간이 흘렀다고 벌써 재고가 없다.
지난 10월 하루에 두 기업의 인적성검사를 치르기도 했다. 새벽에 집을 나섰다가 밤이 다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나를 알기 위한 인성검사인데 오히려 나에 대한 물음만 가득 안은 채 집으로 왔다. 아이큐테스트 같은 적성검사는 과연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지만 역시 그 기업만 알 뿐이었다.
인적성 검사 시험 장소에 낯설지 않은 풍경이 있다. 고등학생들의 수시전형 시험에나 있을 법한 퀵이 시험장 앞에 대기하고 있고 부모님들은 교문 앞에 서 계신다.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이런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다.
선배들이 말했다. '100개의 서류를 쓰고 5개의 면접을 보고 그 중 1개의 기업에 입사를 한다'고. 그때는 웃어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말이 현실이 되어갔고 그 1개의 기업이 있을까 하는 자신감도 없어진다.
"그것 말고 다른 건 없나요?"... 쏟아지는 질문에 머릿속은 하얘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