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고누놀이' 종이에 수묵담채,27X22.7cm <단원풍속도첩>(보물 제527호)에 수록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동네 친구로 보이는 떠꺼머리총각들이 나무를 한 후 아직 오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며 둘러 앉아 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린 '고누놀이'란 제목의 풍속도다.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보물 제 527호)에 실려 있다. <단원풍속도첩>에 수록된 풍속도는 모두 25점, 화첩 속 그림들은 서민들의 생활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당시 시대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외에도 '씨름', '서당', '새참' 등이 수록되어 있다.
다리를 모아 쥐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총각은 이미 한판을 이기고 구경꾼으로 물러난 것 같다. 구경꾼의 여유가 느껴지니 말이다. 소매를 벗어 허리까지 내린 총각과 앞섶을 풀어헤친 총각, 옷을 벗으려는데 제 차례가 되어 마저 벗지도 못하고 손을 모아 막 무언가를 던진 것 같은 총각의 얼굴에 놀이를 하는 즐거움이 가득해 보인다.
반면, 이제 막 도착하기 직전인, 나뭇짐을 지고 모퉁이를 돌고 있는 총각은 좀 힘들어 보인다. '아마도 가장 늦었기 때문 아닐까? 어서 빨리 지게를 부리고 놀고 싶은데, 나무가 무거워 걸음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걸까?' 그냥 스치듯 볼 때와 이처럼 찬찬하게 뜯어볼 때 그림은 많이 달라 보인다. 놀이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해 그림을 보는 것이 즐겁다.
이 그림에는 '고누놀이'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누가 이름을 붙였을까요? 물론 김홍도는 아닙니다. 김홍도가 그림을 그릴 당시에는 제목이 없었거든요. 일제강점기에 '무라야마 지준'이라는 일본 학자가 쓴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책에서 '고누놀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것이 처음입니다. 이 책은 1936년에 발간되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 있던 놀이, 민간신앙, 민속예술, 풍속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개된 놀이는 모두 6400여 가지인데 그중 1300가지는 놀이방법까지 설명해 놓았습니다. 여기에 이 그림이 제목과 함께 나와 있어서 이후 '고누놀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책에서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고누놀이'란 제목이 붙어있으니 총각들이 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고누놀이려니 싶었다. 그런데 사실 고누놀이보다 윷놀이로 보였었다. 때문에 아주 잠깐, 윷놀이와 고누놀이의 연관성을 궁금해 한 적도 있다. 이 그림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고누놀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다. 때문에 많이 유명하다. 아마 나처럼 이 그림을 보며 고누놀이가 아닌 윷놀이 같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