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강제 철거한 '전태일 문화예술전' 작품을 원상 복구하라 !
전태일 40주기 행사위원회에서는 지난 10월 30일부터 청계천 6가 전태일 다리 주변에서 시사만화가들의 만평을 모아 전시를 시작했다. 노동, 청년실업, 비정규직 등의 문제를 다룬 시사만화 28점은 전태일을 정신을 오늘에 살리고자 하는 작가들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었다. 그런데 지난 11월 1일 서울시설공단은 이 작품들을 행사위원회 및 작가들과의 일절 상의도 없이 몰래 철거한 후 쓰레기봉투에 뭉뚱그려 놓는 만행을 저질렀다. 서울시설공단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설치한 작품이 서울시설공단에 의해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강제철거 된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작품철거에 항의하는 행사위원회에게 "만화작품의 내용이 정부비판적인 것들이 들어 있어서 떼었다"고 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의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다. 사실 서울시설공단은 전시 이전에도 행사위원회에 작품의 내용을 사전에 알려줄 것을 요구했었고, 행사위원회는 이를 문화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이라 규정하고 엄중하게 항의한 바가 있었다. 그랬는데 결국, 서울시설공단은 작품의 내용을 문제 삼아 철거라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사전검열과 작품 강제철거라는, 군사독재시절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21세기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이다.
서울시와 시설공단의 이번 철거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가 쓰레기처럼 취급받은 것과 같다.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탄압과 재갈 물리기로 시작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G20 시기에 맞춰 더욱 강화되면서, 이제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탄압하면 할수록 아래로 또 옆으로 더욱 확산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서울시와 시설공단의 철거행위는 커다란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사전 협의를 거친 전시에 대한 이번 철거행위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몰상식적인 탄압이다. 서울시설공단은 이미 전시 이전부터 작품에 대한 사전검열을 시도하더니 급기야 작품을 강제철거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화예술활동을 정부에 비판적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전시여부를 결정하는 행위는 몰상식적일뿐 아니라 해외토픽에 실릴 만한 국제적인 망신거리이다. 서울시와 시설공간은 지금이라도 작품 강제철거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즉각 원상 복귀시켜야 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들은, 서울시와 시설공단의 '전태일 문화예술전' 작품 강제철거 행위가 결국 '전태일 다리 이름 찾기 1인 시위'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과 40주기를 맞아 전태일의 정신을 현재에 되살리기 위한 각계의 노력을 무시하고 모독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에 전태일 40주기 행사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시설공단은 강제 철거한 작품을 즉각 원상 복구하라!
하나. 시설공단은 문화예술에 대한 사전검열시도와 작품 훼손에 대해 사과하라!
하나. 서울시는 예술작품 강제훼손을 지휘한 책임자를 엄중 징계하라!
2010년 11월 4일
표현의 자유 침해·전태일 문화예술전 작품철거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