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 10억원' 든 건물, 뼈대만 세우고 방치

전남 함평군, 정부 보조금 부적절 집행 논란...군 "마무리 약속 받았다"

등록 2010.11.05 10:58수정 2010.11.05 11:59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월 26일 준공 검사가 완료 됐으나 제구실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된 전남 함평군 함평읍 진양리 'C수산'의 '수산물 냉장·냉동 공장 전경
지난 2월 26일 준공 검사가 완료 됐으나 제구실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된 전남 함평군 함평읍 진양리 'C수산'의 '수산물 냉장·냉동 공장 전경정종신
지난 2월 26일 준공 검사가 완료 됐으나 제구실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된 전남 함평군 함평읍 진양리 'C수산'의 '수산물 냉장·냉동 공장 전경 ⓒ 정종신

전남 함평군이 'C수산'에 지급한 10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사전에 충분한 조사 없이 부적절하게 집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함평군은 뒤늦게 법적·행정적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해당 건물은 이미 근저당 설정, 압류 등을 당한 상황으로 채권확보 어려움과 함께 국민혈세 10억원을 공중에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4일, 함평군과 제보자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08년 함평군 함평읍 진양리 15필지에 '수산물 냉장·냉동 공장'을 신축하는 'C수산'에 국비 5억원과 군비 5억원을 포함한 총 10억원을 지원하는 보조금 사업을 승인했다.

 

그러나 지난 2월26일 준공된 해당 공장은 전기시설과 출입문조차 없는 뼈대뿐인 건물로 방치된 상태다. 특히 수산물 냉장·냉동 공장에 필요한 내부설비나 시설물은 전무한 상태다. 결국 보조금 10억원은 이미 집행됐으나 그 사용처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이와 함께 C수산은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차례 명의와 설계를 변경하고, 하청업체에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관련 업체로부터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듯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C수산' 관계자는 "선정 업체의 부도 등으로 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오히려 피해를 본 것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또 "준공검사 당시 모든 시설 등은 완벽히 갖춰져 있었으나, 건축과정에서 비롯된 시행착오로 납품업체가 시설을 다시 철거해 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함평군 "준공 당시 미비점 있었다... 마무리 약속 받고 준공허가 한 것"

 

이번 일을 두고 함평군이 지도감독을 미흡하게 했거나 부실한 보조금 정산을 방조했다는 지적과 함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함평군 관계자는 "모든 보조금 지급은 감리 업체로부터 제출된 영수증을 근거로 집행했으나, 준공 후 일부 허위 영수증이 제출된 것을 알게 됐다"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니 만큼 시시비비는 충분이 가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지난 2월 26일 준공검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전기시설을 포함한 일부 시설에 미비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면서 "그러나 2월 26일은 보조금을 지급한지 2년이 되는 날로 이 기간까지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 15일 간의 말미를 주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마무리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준공허가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2008년 당시 C 수산에 지급된 10억원의 정부 보조금은 함평군 단일 보조사업으로는 극히 드물게 큰 금액으로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결국 업체의 부실과 함평군의 관리 미흡으로 해당공장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발생 요인이 사업 초기부터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함평군은 완도·신안·진도군 등과 달리 수산업이 활기를 띠는 지역이 아닌데 대규모 수산물 냉장·냉동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효율적인 부분에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입지로서 적지가 아니라는 사업 자체의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세밀한 사전 타당성 조사없이 진행된 무리한 보조금 사업이 결국 뒷탈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함평군 의회 경제건설위원장은 "이번 'C수산'의 부적절한 보조금 집행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한점 의혹 없는 뒷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의회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호남매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1.05 10:58ⓒ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호남매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보조금 #국민혈세 #부적절지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