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1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통신요금 20% 인하를 내건 '제4이동통신사'의 꿈은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2일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의 기간통신사업을 불허하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SK텔레콤, KT, LGU+ 등 이통3사의 독과점 체제가 지속돼온 통신시장에서 제4이동통신사가 등장하면 요금 인하 경쟁을 불러 소비자 편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KMI에서 신청한 와이브로 음성 사업 자체의 불확실성과 대주주 이탈에 따른 '먹튀' 논란이 맞물리면서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요금 20% 낮추면 가입자 20% 확보? "지나치게 낙관적" KMI는 허가신청 적격심사는 통과했지만 사업계획서 심사 결과 100점 만점에 65.514점을 받아 허가 기준 점수인 70점을 넘기지 못했다. KMI에선 일단 사업계획서를 다시 작성하고 주주 구성을 바꿔 이달 중 재신청할 계획이지만 내년 7월 서비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KMI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적,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영업 부문에선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장 전망에 따라 사업계획을 수립했고 향후 자금조달 능력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또 기술 부문에서도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자로 참여하기로 한 주주 참여사들의 통신 사업 경험이 전무하거나 일천하다는 것이다.
노영규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KMI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네트워크 운영 경험 있는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통신 사업 경험이나 서비스 경험도 일천하고, 통신사업에 상당한 시간 소요가 예상되는데 2011년 서비스 계획을 공언하고 지속적으로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겠다고 제시한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KMI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2016년까지 총 5조 1583억 원 투자를 예상했는데 이 가운데 45.7%인 2조 3583억 원을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해서 얻은 영업수익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KMI는 2016년 6월까지 누적 가입자 880만 명을 확보한다고 했는데 올해 10월 현재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가 44만 명인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노 국장은 "기존 사업자보다 20% 낮은 요금을 제시하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20%를 확보할 것을 전제했는데 요금이 낮아지면 경쟁사업자도 대등하게 낮출 수 있어 과다한 시장 점유율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체적인 와이브로 시장의 전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국회 문방위 방통위 국감에서 "2009년 말까지 KT와 SKT가 와이브로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7300억 원, 6700억 원이었는데 KT의 경우 전국 커버리지는 6.9%에 불과하다"면서 "KMI가 2조 원을 투자해도 전국에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4G 시대를 앞두고 와이브로가 변화하는 통신 인프라 환경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것이 자명한 마당에 방통위가 여전히 와이브로에 목을 매는 것은 확연한 시대착오적 정책 오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