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지리산 수평리 구례벌판
최오균
더욱이 조립식으로 건축된 얇은 벽과 천장은 보온이 잘되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문틀이 잘 맞지 않아 바람이 송송송 들어온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집 주인이 조립식으로 지을 때 거실 유리창을 엄청 크게 하여 시야는 탁 트이나, 이중창이 아니어서 밖의 찬 기온이 금방 전해온다. 날림으로 지어 놓은 조립식 주택은 겨울에는 춥다. 방음도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 하나는 전후좌우 상하로 슝슝 잘 통한다.
산동네는 겨울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하면 겨울을 지혜롭게 날 것인가? 물론 집에는 기름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기름보일러를 무턱대고 계속 지필 때에는 기름 값이 장난이 아니어서 지출이 너무 크다. 전에 살던 정 군이 겨울에 추워서 보일러를 생각없이 가동했더니 기름 값이 금방 30~40만원이 나오더라고 했다. 기름 값에 생활비의 전부를 쏟아부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기름보일러를 심야전기 보일러로 바꾸는 방법, 가스보일러로 바꾸는 방법, 그리고 거실에 스토브를 놓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 보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정답이 없다. 심야전기나, 가스보일러도 설치비와 가동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웃 수평상회에 물어 보았더니 그 집도 결국 기름보일러를 쓴다고 했다.
그러다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을까?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궁금하다. 이웃집 어르신에게 물었더니 마을 사람들은 낮에는 노인당에 와서 내내 놀다가 저녁에 집으로 간다고 한다. 그리고 옷을 두껍게 입고 전기장판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서 잠을 잔다고 한다. 겨울을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