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홍현진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8월 12일. A씨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하고, 성희롱 피해사실을 제보했다. 이후 9월 3일에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그러자 금양물류는 9월 20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A씨에게 문자로 '징계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 내에서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한 경우, 기타 사회 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해고 사유였다. 그리고 9월 28일, 재심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징계 해고'를 최종 통보했다.
해고 이후 A씨는 지난 10월 5일부터 현대 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14일에는 이를 저지하는 경비들과의 충돌로 인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기도 하는 등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사측인 금양물류는 "오는 11월 4일 폐업하겠다"는 신고를 낸 상태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날 발표한 '피해자 입장'을 통해 "업체가 폐업을 해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금양물류가 있던 사무실은 이름만 바뀌어 운영되고, 새로운 사장이 올 뿐이고,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며 "그런데 법적으로 업체가 폐업되고 사장이 바뀌니까 제 부당해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사용자가 없다, 법이 그렇다고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성희롱과 부당한 해고에 대해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A씨는 "어차피 당할 것은 다 당했다,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포기할 수 없다"며 "비록 힘은 없지만 그게 뭐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다, 이미 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현대자동차 안에서 하청여성노동자라는 이유로 아무 말 못하고 성희롱 당하고도 해고될까봐 말도 못하고 쉬쉬하며 혼자 가슴앓이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는 없어야 합니다. 나의 이 고통을 다른 사람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더 이상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복직하고 가해자들이 처벌받도록 하고 싶습니다." "14년동안 현대차 만들었는데, 현대차엔 책임 없다고?" 여성·사회단체들은 원청 업체인 현대자동차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으로 사내하청 업체에 대해서도 성희롱 예방 교육을 1년에 한 번씩 실시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이 없도록 사업주의 책임을 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가 의무와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대자동차 공장 안에서, 현대자동차를 만드는 여성노동자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이 현대자동차에게 없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있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은 "매우 경악스럽고 매우 분노스러운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렇게 광고한다. '여러분의 댓글로 차를 선물하세요'. 참 아름답다. 사회공헌? 개나 주라고 해라. 당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당신들의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당신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을 때 당신들의 목소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목소리가 될 것이다."이에 현대자동차는 "금양물류는 운송회사인 글로비스와 도급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일뿐 현대차와는 아무런 계약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라며 지난 9월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지회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금양물류는 현대자동차와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 대리인 권수정씨는 "현대자동차와 관련이 없다면 왜 정규직 관리자들이 나와서 피해자를 몰아내고 때리고 짐짝처럼 들어내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금양물류 "성희롱 없었다"... 현대자동차 "금양과 관계 없어" 금양물류와 피해자측의 주장도 전혀 다르다. 금양물류 사장 임아무개씨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성희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2월 A씨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성희롱 때문이 아니라 C조장이 보낸 문자 메시지 때문에, A씨가 C조장의 부인과 싸워 분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며 "이와 관련, A씨와 C조장 그리고 그 부인에게 모두 징계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또 "B소장과 C조장 모두 성희롱을 한 사실이 없으며 A씨가 성희롱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B소장과의 통화 내용, C조장의 문자 메시지 역시 성희롱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임씨는 "지난 8월까지 성희롱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던 A씨가 사내하청 지회에 가입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A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14년 동안 일궈낸 꿈이 무너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폐업 이유에 대해 임씨는 "이 사건 때문에 몸이 안 좋아져서"라며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사회단체들은 금양물류 폐업예정일인 오는 5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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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는 성희롱 당하고도 말 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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