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저공비행하는 경찰헬기 바람에 무너진 KEC노조 가족대책회의 천막. 이날 3명의 임산부가 부상을 입었다.
최지용
1일 방문한 공장정문 앞에는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천막 십여 동이 쳐져 있고 컨테이너 박스로 막힌 안쪽에는 수십 대의 경찰 차량이 진을 치고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천막에는 '제2의 용산참사는 없어야 한다', 'KEC 사태 평화적 해결 촉구한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넓은 공장 부지를 둘러싼 철제 펜스를 따라 용역요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됐다. 어느 곳으로도 공장에 쉽게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발화 위험 물질이 많은 반도체 공장을 점거한 KEC의 상황은 지난해 여름, 경찰과 노조원들간의 대치가 치열했던 쌍용자동차와 흡사했다.
쌍용자동차는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 문제로 노사간 첨예한 의견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KEC 현장은 어떠한 주요쟁점도 없이, 그저 협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사측과 나오라고 주장하는 노조의 줄다리기만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사실 KEC는 노조가 120일 넘게 파업을 하고, 사측은 직장폐쇄를 하며, 수십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단식을 하고,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공장을 점거할, 특히 노조 지부장이 분신까지 할 만큼 노사관계에 큰 문제가 있는 회사는 아니었다.
김성훈 KEC노조 부지회장은 "20년 동안 큰 분쟁이 없었을 만큼 노사관계가 괜찮았다"면서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임단협에서 직원복지 문제에 전혀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 등 사측의 태도가 이상했다"고 전했다. 김 부지회장에 따르면 KEC노사는 타임오프제가 발효되는 7월 1일 전까지 총 11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하지 못했고, 노조는 6월 9일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파업투쟁에 들어갔다.
이에 사측은 6월 30일 직장폐쇄로 맞섰다. 노조의 파업이 임단협이 아닌 타임오프 실시를 빌미로 한 불법파업이라는 것이다. 그 후로 양측은 전혀 만나지 않았다. 수차례 걸친 노조의 교섭요구에도 사측이 나서지 않았던 것.
김 부지회장은 "우리가 타임오프에 따른 전임자 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임단협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공장을 점거한 노조원들의 요구는 '임금단체 협상 교섭에서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것 하나뿐"이라고 밝혔다.
김 부지회장은 사측이 이유 없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타임오프를 빌미로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구조조정을 통해 아웃소싱(외주용역)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긴급구제 조사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