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때가 되어도 밥 먹을 생각을 안하자 친구는 먹을 것이 나타나면 뭐든지 먹어 본다. 용과를 먹고 있는 친구
조정숙
외돌개를 끼고 한 바퀴 도는데 길 가장자리에서 과일도 아닌 것이 우둘투둘하며 벌겋고 보기에는 참 거시기한 모습의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자 용과란다. 가지에 열매가 열린 모습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나?
용과는 7~10월까지 수확하는 선인장 열매의 한 가지로, 제주도에서도 재배되는 특산품이라며 '싹싹 더울 때 많이 나와요'(제일 더울 때를 이렇게 표현한다.)뭔가 색다른 게 있으면 꼭 먹어보거나 만져봐야지 직성이 풀리는 친구는 용과를 대뜸 잘라 한입 가득 깨물어 맛을 보더니 마 같기도 하고 키위 같기도 하여 특별한 맛이 난다며 먹어보라고 건네준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지만 신선한 느낌이 기분을 좋게 한다. 가격은 하나에 만원이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는 나는 마음에 드는 피사체가 나타나면 그곳에 너무 몰두하다 밥 먹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곤 한다. 끼니때가 되어도 밥 먹자는 말을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친구는 가게를 지나칠 때면 끼니가 될 만한 음식들을 사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친구는 때때로 배가 고프면 알아서 챙겨먹곤 했다. 장시간 함께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서로 이해하며 맞추는 것도 척척 해 나갔다.
외돌개 뒤로 보이는 범섬은 섬의 형태가 멀리서 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 같아 호도라고 하였단다. 범섬과 외돌개 사이로 유람선이 지나가는데 마치 최영 장군이 승리의 깃발을 날리며 보무도 당당하게 돌아오는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착각을 하게 된다.